[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조교수

지난날 박사과정 대학원생일 때 강의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모두들 자신이 발표해야 하는 과제를 준비하느라 정작 다른 동기들이 준비한 발표에는 우리들 모두는 귀를 닫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과제만을 해야 한다는 모습의 우리들을 보신 당시의 교수님께서는 강의 시간 내내 되레 묵묵히 과제 발표에 집중하시는 모습이셨고 그런 우리는 더욱더 본인들의 과제에 열중하는 듯했다.

어느덧 강의시간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그때 교수님께서는 마음을 다해 말씀해 주셨다. “여러분들의 강의 수강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당장 여러분들이 해야 할 과제, 그리고 연구하는 논문들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줄 압니다. 지식을 쌓는 것도,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강의에 귀를 닫는 인격을 갖추고 그 누구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지식을 아무리 많이 함양하면 무엇 합니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박사학위를 받아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때가 반성의 계기가 되어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러한 인격을 갖추고 있는지 더 교만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가끔씩 생각해보곤 한다. 물론 아직도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은 지금이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을 살펴보면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집행 기간 후 5년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 유예 기간 후 2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선고가 유예가 된다면 유예 기간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이다.

의협(의사협회)와 현 정부·정치권 사이에 세워진 첨예한 대립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부가 지난해 추진하고자 했던 추천제로 입학이 가능한 공공의대 개설에 따른 의사 자질 논란에 이어 2번째로 벌어지는 갈등 사태인 셈이다. 코로나19로 지쳐있고 정말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 시기에 나온 현 정부·정치권의 목소리는 분명 기운빠지는 소리일 것이다. 때문에 개정하고자 하는 의사 면허취소와 관련한 의료법개정안이 국민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규제를 위해 창조된 법이 누군가를 억울한 피해자가 되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현장과의 충분한 대화나 토론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그 필요성은 더욱 더 요구되기에 의협과의 소통에 힘쓰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의협이 주장하는 쟁점의 취지 중 하나는 금고이상 혹은 집행유예 범죄는 모든 의사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상에서 겪는 갖은 갈등으로 이 법을 악용하려 한다면 충분히 의사들의 직무연관성이 없는 부분에서도 의사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물론 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서도 금고 이상의 형 집행에 대한 자격 상실의 법률이 있다고 주장하나, 사실 그것은 그들과의 직무관련성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금고이상의 형집행이 모든 의사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의료법에도 의사들의 면허취소관련 법률은 분명 존재한다.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그들과의 소통과 합의를 위한 교감이 절실해 보인다.

의협 또한 현 정부·정치권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답이 아니란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규제로 인한 의사의 고유 권한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 대해서 목소리 높여야 하겠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도, 타 직군의 목소리도, 의사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정치권이 주장하는 의료법개정안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논리는 의사들은 아무리 나쁜 잘못을 저질러도 무슨 특권인 마냥 의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개업할 수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20년간 의사 면허가 취소 됐다가 재교부 신청으로 의사직을 회복한 의사들이 지난 5년간 9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들 사례 중에는 마약중독자의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의료법 제 8조」 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례이다. 재교부 사유에는 중독이 치료되었다고 하지만 이런 의사에게 그 누가 진료를 받고 싶겠는가? 그런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지 않은게 국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에서 의협과 지역의사회가 스스로 징계하고 자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국민들과 소통의 노력을 할 시점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 의협 모두 물리치료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는 시점에 도래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OECD국가 중에서 물리치료사 면허를 통해서 단독개업을 하지 못하는 몇 안되는 국가중 하나이다. 언제까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물리치료를 시행한다’는 법안 하나로 물리치료사들을 옥죄며 불합리한 처우 안에서 열악한 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할 것인가? 정작 그 어떤 물리치료실에서도 의사의 지도를 받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니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내온 대한민국의 물리치료사들로서는 아마도 지금의 의협과 정부와 정치권의 대립각에 정작 애꿎은 새우등이 터질까 눈살이 찌푸려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