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세상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당장 우리 지역에서도 선거 때 최측근으로 활동하셨던 분이 의원을 상대로 모든 자료를 검찰에 가져다주어 재판을 받고 있는 일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씁쓸하다. 오죽하면 요즘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사람 관계에 있어 계산이 훤한 사람들. 상대가 속아 넘어 갈 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훤히 보이는 권모술수 등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하기사 일반인들만 그런가? 선거 때는 그리 잘 하다가도 딱 선거만 끝나면 180도 바뀌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남은 자신을 위한 도구로 밖에 생각 안 하는 사람들인데 희한하게 이런 분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 직무유기를 하고 계신 것 같다. 암튼 이런 와중에 이제 80세가 넘으신 큰 형님께서 카톡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오셨다. 물론 큰 형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글이 아니시고 글을 읽다보니 좋은 글이다 싶어 나에게 보내오신 것인데 내 마음을 파고든다.

프랑스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민 혁명군에 포위되었을 때, 궁전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프랑스 군대가 아니었습니다. 수비대가 모두 도망갔지만 스위스 용병 700여명은 남의 나라 왕과 왕비를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습니다. 시민 혁명군이 퇴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도 스위스 용병은 계약기간이 수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그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당시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했던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가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이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 오늘날까지 스위스 용병이 로마 교황의 경비를 담당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습니다. 젊은 용병들이 목숨을 바치며 송금한 돈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용병의 신화는 다시 스위스 은행의 신화로 이어졌습니다. 용병들이 송금했던 피 묻은 돈을 관리하는 스위스 은행의 금고는 그야말로 다시 스위스 은행의 신화로 이어졌습니다. 용병들이 송금했던 피 묻은 돈을 관리하는 스위스 은행의 금고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결과 스위스 은행은 안전과 신용의 대명사가 되어 이자는커녕 돈 보관료를 받아가면서 세계 부호들의 자금을 관리해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랑과 신뢰는 종이 한 장의 앞뒤처럼 하나입니다. 따로 뗄 수가 없습니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면 신뢰는 더욱 깊어지고, 신뢰하면 오래토록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문서로 된 약속보다 구두로 한 약속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과 신뢰는 하나이다. 못 믿는다는 것은 사랑이 없어서이다.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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