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얼마 전 병원에 가니 의사와 간호사가 새삼스레 젊어 보여 부럽기도 하였다. 군인·교사·의사 등이 앳돼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가는 신호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하릴없이 들여다본 거울 속의 모습도 낯설다. 머리카락은 자꾸 빠지고, 흰머리는 늘어나고, 산책할 때 오솔길을 선호한다. 스마트폰과 TV 리모컨 사용도 때로는 애처로울 정도로 무능함을 드러낸다. 어르신 10명 중 한 명꼴로 앓고 있다는 치매를 지인이 걸렸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치매에 대하여 방송이 나올 때는 귀를 쫑끗 세운다. 간혹 머리가 아플 때나 무언가를 잘 잊을 때는 와락 겁이 나기도 한다.

치매 예방과 두뇌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들어 전에 읽은 신문 기사 스크랩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일보 기사 중 윤희영 에디터의 '신문·책 읽어야 쪼그라드는 뇌(腦) 되살릴 수 있다.'를 감명 깊게 읽고 되새겨 본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를 지식으로 채우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신문·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이득은 단순히 배불리 먹어 위(胃)를 채우고 포만감을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르다는 것도 배운다. 사후(死後)에도 과학자들을 매료시켰던 아인슈타인의 뇌는 색다르다. 아인슈타인 뇌 연구에 대한 논문들은 천재성의 원인이 뇌의 크기나 무게가 아니라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경 아교세포의 수가 월등히 많은 구조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약국이나 홈쇼핑 등에도 뇌 영양제나 건강식품이 범람하고 있다. 뇌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또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생선 기름 보조 식품, 강황 등을 먹기도 한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 작용을 증진한다는 수많은 방법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두뇌를 명민(明敏·총명하고 민첩)하게 하는 가장 값싸고 쉽고, 오랜 세월 검증된 방법은 바로 읽는 것이라 한다. 신문이든 책이든 뭔가를 읽는 평범한 행위가 놀랄 만한 효과를 가져온다니 독서를 더욱 많이 하자고 다짐한다.

'독서가 뇌를 살리는 데 얼마나 좋을까?' 무척 궁금했는데 그 까닭은 가장 기본적인 결과는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좌측 측두엽에서 나타난다. 문자로 된 자료를 처리하면서 글자를 단어로, 단어를 문장으로, 문장을 이야기로 엮어 나가며 그 정보를 전송하는 과정을 통해 신경세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두뇌로 하여금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자극을 준다. 교육학 박사인 미국 UCLA 매리언 울프 교수는 "읽기는 이해력과 통찰력에 필요한 독특한 일시 정지 버튼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단순히 동영상을 보거나 테이프를 들을 때의 구어(口語)는 대체적으로 그런 사고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금방 스러져버린다니…….

읽기의 잔상(殘像)은 최소한 5일간 지속된다. 이런 현상을 근육 기억에 빗대 그림자 활동이라고 부르며, 두뇌는 이런 읽기 행위에서 운동 효과를 얻어 인지·집행 양쪽 기능을 뇌 부위에 혈류 공급을 증가시킨다니 읽기를 더욱 잘하며 쓰기에도 힘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명언도 잘 알고 충실히 실행하여야 하겠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라. 생각하기 전에 읽어라(Fran Lebowitz)"
"오늘의 독자(reader)가 내일의 리더(leader)가 된다(Margaret Fu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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