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어둠이 깊어가는 시간, 무심천 옆은 여느 때보다 인파가 많았다. 밖을 기웃거렸다. 비 소식이 있어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결 사이로 꽃잎이 비가 되어 내렸다. 후드득 떨어진 꽃잎이 차창으로 날아들었다. 

옅으나마 꽃 향이 작은 공간을 채웠다. 운전 중이라 비록 꽃구경은 하지 못했으나 향기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져 귀갓길의 벗으로 아주 오랜만에 음악을 선택했다. 

벚꽃이 피는 줄을 몰랐으니 지고 있는 줄도 당연히 몰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의무가 되고 나서부터 집과 일터만을 오고 가는 일이 습관처럼 일상을 차지했다. 아무 때나 들러도 언제나 열리던 카페의 문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몇 번의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 아예 어딜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누가 뭐래서라기보다 스스로 바깥출입을 삼갔다. 

사람을 만나지 못한 후로 대화의 시간이 많이 줄었다. 밥 한 끼와 차와 술 한잔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어지니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겨우 손안에서 찾았다. 민심의 향방은 뭐니 뭐니해도 면대면하고 직접 들어야 정확한데 손바닥에서 보는 세상의 말은 긴가민가였다. 

스마트폰을 가진 후로 집 전화가 없어도 됐고 TV를 켜는 일도 줄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대중화되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대화가 줄어든다고 걱정했지만, 지금은 쥐고 있는 전화기에서 그나마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접하는 소식 중에 가장 거슬리는 으뜸 소식은 여론조사 결과이다. 언론사마다 여론조사 지지율을 앞다투어 반복 발표하는데 그 정확도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어떤 사람에게 응답의 기회가 주어지는지 모르겠으나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ARS 조사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조사의 응답률이 저조하거나 조사 이슈에 대해 인지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조사 자체가 어렵다는데 어떤 종류의 조사가 되었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 연일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심치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덤핑으로 이루어지는 날림 조사도 많다고 하니 여론조사란 여론몰이를 위한 수단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든다. 

근거도 없고 뜬소문만 무성한 여론몰이의 세상이다. 정치계, 경제계, 문화계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집도 거짓 매물과 거짓 계약서 작성을 통하여 투기의 대상이 된다는데 몰이를 통해 벌어지는 실체는 경악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마저 든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나서 참으로 신기한 세상이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쥐고 나서부터 뭐든 궁금하면 바로 검색하여 궁금증을 풀었다. 그러나 그동안 찾아보고 안 정보가 모두 옳았을까. 혹 자신도 모르게 거짓 여론에 휩쓸려 이리저리 쏠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깨어났다. 가장 나쁜 사람을 떨어뜨리는 일, 죽 쑤어서 개 주는 일을 막는 일일 것이다.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마치 짐승 몰 듯 유권자를 몰이하려 드는 이들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최고를 찾기보다 최저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을 먼저 가려야 실패가 적다. 편리함을 얻었으니 이쯤의 혜안을 갖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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