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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장연덕 칼럼니스트

미투(Me too)운동, 성범죄를 비롯 여러 형태의 폭력과 부당한 행위들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대중적 지지와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는 중입니다. 법치의 영역에서 벗어난 해결을 개인들이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는 법의 영역에서는 더 이상 기대를 할 것이 없다 내지는, 그동안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대중의 판단도 일정부분 포함되었기 때문에 유지·강화되는 걸로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미투운동이, 피해자들을 위한 최선의 모습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합니다.

미투운동이 갖는 장점은, 대중의 관심과 더불어 언론의 조명하에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 내지는 범죄들이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장점이라고는 순전히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운동이 유지된다는 것이 곧 사법체계의 작동이 대중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증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투운동의 단점은, 첫 번째 피해자 입장에서의 단점을 살펴볼 때 피해자가 스스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기를 강요받는다는데에 있습니다. 공개를 적나라하게 하면 할수록 대중과 언론의 에너지가 더욱 집중되며 신뢰성까지 획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일들이 개인에게 온전히 승리로 끝맺음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하지 않습니다.

또한, 통신매체나 언론을 통한 미투를 실행했을 때에 따라오는 법적책임을 어느 조항에서도 조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는 판단주체가 여전히 사법부에 있기 때문에 미리 그 타당성을 보장받으며 미투를 실행한다는 것은 시간적 순서에 맞지 않습니다. 이 부담을 피해자가 온전히 안고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미투운동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가해자 입장에서의 단점을 살펴보자면, 가해자로 추정되어야 할 시점에 추정이 아니라 간주되어지는 권리의 침해가 발생한다는 데에 그 단점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를 방어하고 증거에 입각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증언이나 다수의 지지, 그것도 책임지지 않는 무기명의 지지를 통해 이미 결과가 도출되는 일종의 마녀재판에 개인이 서게 됩니다. 이는 피해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중의 지지와 대중의 인격살인을 동시에 허용하게 되는 형상으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인지도가 없거나 매체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계층, 언어에 취약한 계층은 미투운동조차 하기가 쉽지 않고 후속상황에 대처할 환경이 부재한 경우에도 이는 거리가 먼 수단에 불과합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결국에는 인격살인을 공개적으로 당하게 되는 것이, 현재의 미투운동이 갖게 되는 가장 큰 필연적 단점, 그리고 해결과제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투운동이 어째서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통로가 되었나에 여전히 집중을 해야 합니다. 마치, 불이 난 곳에 여러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고 물을 한 컵씩 모아 불난곳에 뿌려대는 그 상황이 문제를 해결해온 전례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미투운동을 어떻게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또는 추정되는 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지속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성범죄, 학교폭력, 직장내 갑질, 이 모든 조직이 있거나 없거나 하는 상황을 아우르며 일어나는 부당한 사건들의 집계가, 실시간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행히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은 국가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위의 상황에 대한 무기명 신고를 장소기반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공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 위치전송 2. 범죄의 양상 선택 3. 지도상의 반영 4. 일정 횟수를 초과하면 해당지역 수사기관의 자동수사권 발동 5. 결과반영

이 순서대로 설계된 어플리케이션과 집계된 정보를 실시간 지도상에 반영하는 공공 플랫폼이 국가차원에서 운영되어야 합니다. 마치, 미세먼지수치를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하듯, 부당한 사건들의 집계도 실시간 반영되며, 국민들이 현재 사는 지역이나 지나가는 지역의 상황을 모두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입니다.

신고를 담당하는 어플리케이션에 집계되는 신호, 그 신호전달은 통신사의 IP로만 흔적이 남고 개인의 신상은 입력되지 않는 형태로 설계가 되어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인지도가 낮거나 통신매체 혹은 언론을 대응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재한 계층이 당하는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폭력상황에 있어서도 섬세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사는 이 집 주변, 내가 출근하는 회사, 내가 다니는 학교가 지도에서 표시될 때, 새빨간 색으로 표시된다면, 그 지점은 성범죄나 기타 부당한 행위들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이 드러난다면, 또 그 상황이 모두에게 드러난다면, 문제가 방치될 수 있을까요? 개인이든 기관이든 나서서 해결하고 나서야 그 신고버튼은 그만 눌러질 것입니다. 피해자는 해결을 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누르는 피해자의 손을 누구도 볼 수 없지만 그 숫자는 계속해서 누적되어 국가가 보고, 대중이 보게 됩니다. 문제해결을 못한 기관이나 지역은 계속 빨간색으로 남는 지도상의 위험지역이 될 것이고,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기관은 점점 색이 옅어져 녹색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신고와 후속 수사에 대한 협조과정에 있어서의 법적책임은 조각되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특정인의 신상이나 사건내용에 대한 공개를 하는 행위가 탈락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해자로 추정되는 자의 방어권행사에, 대중의 힘을 빌어다쓰며 적극 방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도구입니다. 쌍방의 권리보호에 최적화된, 미투운동을 더 장기적으로 유지·강화해나갈 수 있는 도구를,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개발해야 하고. 안착시켜야 할 때입니다. 성범죄는 국가의 쓰레기일 뿐, 정치적 동력원으로 작용할 수 없습니다. 이슈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결방법을 이제는 마련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약자들에게 스스로 방어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친 사람에게 광장에서 얼굴 내놓고 소리지르라고 하실 작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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