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양충석 칼럼니스트 

이제 완연한 봄날인가 보다.‘산과 나무와, 꽃과 하늘이 아름답다’이 경탄(敬歎)을 수없이 외치면서도 내심(內心), 저 멀리 수평선 넘어 몽글몽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푸른 봄 바다가 그리웠는데, 이심전심인지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과 서로 마음이 통하고 의견이 일치하여 얼마 전에는 함께 동해안을 다녀왔다.

경북 영덕 강구항에서 살이 통통 오른 대게로 오찬을 하고, 창포말 등대에서 한없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사색에도 잠겨 보고, 국가지질공원인 웅장한 영덕풍력단지를 둘러보고, 전망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그야말로 온 몸으로 자연과 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칠팔여 년 전, 청주문화원에서는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시민문화 예술활동을 위한 문화강좌를 기획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 통기타 강좌가 개설되었고, 어려서 부터의 소박한 꿈이었던 통기타를 배우기 위해 등록을 했다. 여러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모임이 이루어졌고, 취미로 시작해서 동아리를 결성하고, 공연 등 아마추어 예술인으로 활동하며 예술을 통해 즐겁고 의미있는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음이 동(同)하고 생각하는 바가 같은 뜻있는 몇몇 사람들끼리의 좋은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국가의 정책과 지침에 따라 공연 등 동아리 활동과 기타연습은 못하고 있으나 지인들과의 소중한 만남은 지속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근교의 산이나 강을 찾아 산보를 하고 오찬과 차를 함께 나눈다. 더욱이 계절마다 별미인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전국의 명소여행은 또 다른 크나 큰 즐거움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간의 우애는 돈독해지고 정은 깊어만 간다.

거제도 외포항의 대구 요리, 천북의 굴, 벌교의 참꼬막, 영덕의 대게, 후포항의 활어회, 금산 제월면의 어죽과 인삼튀김, 청산의 생선국수, 남당항의 대하, 영천의 육회, 공주의 알밤 육회 등 기억이 남은 곳 들이고, 더욱이 다정다감한 한 지인은 자주 방문하는 30여 식당상호를 메모하여 단체 카톡에 공유하고 식당을 고민할 때 선택을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맺어지는 것이 인연이라고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사자성어로는 타생지연(他生之緣)이라고 하여 타생의 인연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낯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소매를 스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지라도 모두가 전생(前生)의 깊은 인연에의 것임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서로에게 기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 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의 운명이자 인연이 아닐까.

지인들 중 올해 칠순인 분이 있어, 모임에서 다음 주 제주도 여행을 예정하고 있다.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 되기를 기원하며,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모두 건강하고, 예전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영원한 친구로, 행복한 마음으로, 즐거운 인생을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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