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잊혀져가는 풍경 ③

헌책 고자료로 건네줄때 뿌듯
헌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닙니다. 사라져가는 역사를 보존하는 곳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누렇게 빛 바랜 오래된 책들이 책꽂이에 한가득 꽂힌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던 헌책방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보물상자였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의 발달과 대형서점의 등장으로 헌책방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청주 성안길에서 36년을 헌책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40여㎡의 조그마한 '보문서점'를 운영하는 이보형씨(63).


청원순 오창읍 여천리가 고향인 이씨는 한학을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고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서점을 하면 좋은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과 3~40여년 전만해도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책이나 시험지 등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당시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서울지역의 명문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시험지를 구해 청주지역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요즘 비에 젖은 채 버려진 '한국동식물보감'(1975문교부)을 말리는데 열중이다.

이 책이 동식물보감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온 책인데 이렇게 버려졌다며 폐지로 버려질지 모르는 고서적을 수집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바로 헌책방의 소명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씨는그냥 서고에 꽂아 놓고 전시나 수집을 위해 존재하는 책은 죽은 책이라며 연구를 위해 자료를 찾는 교수나 학생들에게 고서를 건네줄 때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전했다.

매일마다 4시간씩은 헌책수집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닌다는 이씨는헌책방을 30여년 하다보니 감(感)이라는 것이 생겼다면서남들에게는 그냥 버려지는 폐품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모두 귀한 자료가 된다며 그동안 모아온 고(古)자료를 펼쳐 보였다.

이씨는콧 속에서 맴도는 헌책의 아련한 향기를 지울 수가 없다며 나이가 여든이 넘어서도 서점을 운영해 헌책방의 산증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헌기자 sm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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