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쌀!우리 문화 속에서 쌀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쌀은 농경시대 초기부터 인간의 식량은 물론이고 문화를 키우는 에너지였고 큰 재산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의 주요 나라에서는 민속 문화가 주로 쌀농사와 관련된 부분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쌀농사와 관련된 농요(農謠)나 민속놀이들이 많아서 아직까지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쌀이 곧 재산이라서 쌀로 노임을 지불하고 농촌에서는 쌀을 가지고 시장에 가야만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으니 그야말로 쌀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토지의 가격도 논이 밭보다는 훨씬 비싸게 거래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보면 그 당시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나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의 물결 속에 경제사정이 점차 좋아지고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면서 쌀의 가치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풍족해지면서 서구화 되어가는 식문화에 밀리기 시작한 우리의 쌀 소비는 1970년도에 136.4kg 으로 최고를 찍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계속 줄기 시작하여 2000년에는 93.6kg, 2010년에는 72.8kg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7.7kg으로 나타났다.

농촌에서 최고의 재산으로 불리며 농촌경제를 주도하던 쌀의 운명을 소비량 감소와 국제 시장 개방 등에 의한 여파로 MMA물량과 국내산 쌀의 생산 과잉까지 겹치면서 100만 톤 이상이 남아도는 사태에 이르러 결국 당국은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까지 시행하면서 쌀 생산량 절감을 위한 정책추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쌀 생산 감소정책과 농촌의 노령화에 의해 재배면적은 물론 재배 농업인 수까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2016년부터 5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지난해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350만 7천 톤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통일벼를 보급한 이전으로 후퇴한 수치로 5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라는 것이다.

통계청의 분석에 의하면 재배면적이 계속 줄고 있는데다가 2020년도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쌀 낟알이 제대로 익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나타나지자 산지 쌀값이 계속 오르고 유통이 불안하다고 느낀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미를 방출하기 시작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2020년 생산량 자체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1년간 필요로 하는 쌀의 소요량이 367만 톤인 것을 감안할 때 숫자상으로 16만 톤 정도가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문가들은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 놈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건 바로 엄청난 식량난이며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세계는 큰 재앙에 빠져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공산당의 제안으로 접시 비우기 운동을 전 인민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음식물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의 식량부족 사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리의 동포가 살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도 심각한데 식량이 120만 톤 정도가 모자라 배급량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며 올해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어갈까 하는 것이 최고의 난제로 꼽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식량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쌀 생산량이 감소하여 소요량에 못 미쳤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으로 매년 500만 톤이 넘는 쌀을 수입해야 하며 깨어나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쌀을 수입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서양인들의 주식인 밀가루 속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인 글루텐 알러지(allergy)에 대한 고통을 알게 되면서 서양인들의 뇌리 속에 "쌀이 밀가루보다 훨씬 더 웰빙이다"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쌀의 미래를 보여주는 트렌드일 것이다.

결국 쌀은 가까운 미래에 최고의 곡식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에 우리는 지금 쌀농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쌀 수급과 식량 안보를 위해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재배면적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빈번하고 예측불가로 발생하는 자연 재해대응과 피해 대책도 꼼꼼하게 수립하여 점점 소중해지는 우리의 쌀농사를 잘 다듬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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