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정종학 수필가ㆍ 전 진천군 초평면장

오월은 뜻깊은 행사와 모임이 유별나게 많은 가정의달이다. 신록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에 가장 좋은 환경 누군가와 함께 어울려 즐기고 싶은 욕망이 한없이 분출하고 있다.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봄철부터 온갖 축제를 경쟁하듯이 이곳저곳에서 개최해 왔다. 전통문화의 계승은 물론 특산물을 홍보하며 판매하여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모두가 서로 어울려 눈과 입을 호강시키며 마음을 순화시켜왔다.

그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동문회, 향우회, 등의 모임에서 구성원들의 대화합을 이루며 결속력도 다져왔다. 또한 사회의 축소판인 스포츠 활동으로 건강도 도모해왔다. 이런 어울림 속에서 너와 나의 기쁨과 슬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그런데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대화를 삼가고 조용히 입을 굳게 다물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생활로 자리매김했다. 어울림의 강력한 통제로 홀로 견디기를 반복하며 답답한 시간만 쌓여가고 있다.

산책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 제맛이 난다. 연애도 자주 만나야 사랑의 씨앗이 트이고 충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만남의 근원인 부모와 형제자매 모임마저 감시당하는 삭막한 세상이다. 서로의 마음도 멀어지고 감성도 무뎌지고 있다.

지난해는 그런대로 잘 버텨왔다. 그러나 어두운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으니 지루함과 무료함만 더해간다. 향기 없는 텔레비전 속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는 느낌마저 든다. 내로남불 또는 네편내편 가르기의 정치 뉴스를 보니 그렇다.

한 가닥 희망을 걸며 기대했던 도민체전마저 가을철로 연기하였다. 이처럼 우리는 종래에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면서 억장 무너지는 한숨소리가 넘쳐난다.

작금의 세상은 어찌 보면 어울림의 휴식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 시간에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 봄직하다. 남들과 어울리려면 나를 내세우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저잘 났다고 모두가 고개 들면 결국 불협화음이 되어 조화가 깨질 수밖에 없다.

가정이든 사회공동체든 마음에 차지 않는 골칫덩이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나눔의 미덕을 보일 때 대립이나 어긋남이 없다. 그래야 서로 잘 어울리는 균형 잡힌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근래 들어서 어울려 있는 직장을 잃는 근로자가 부쩍 늘고 있다. 생계마저 위협받고 한숨 쉬며 살길이 막막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럴 때 상처나 불편을 주는 행동과 생각을 자제해야 한다. 시빗거리에 휘둘리지 말고 다툼을 멀리하는 재치와 기지도 필요하다.

인생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울림이라 생각한다. 조약돌처럼 서로 부딪혀도 아프지 않은 지혜와 슬기로움을 지녀야 한다. 잃어버린 어울림 하루빨리 되돌려 주길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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