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우리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의미를 새겨보는 가정의 달이며, 5월 19일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온누리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대광명이 충만하고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축원하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관조해 본다.

나의 인생 단계는 어디쯤일까. 중년기를 가리키는 연령은 어느 정도 임의적이지만 일반적으로 40~60세로 규정하고 있고, 노년기도 일치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지만, 통계 및 공공행정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 60세나 65세 이상의 연령층을 노년기로 규정한다고 한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마크 E.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을 접했을 때 가슴에 와닿고 절실하게 생각된다. 건강 상태는 생활환경, 태도와 신념 그리고 선택하는 생활방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나이로는 중년기에 해당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청춘이고 더 머무르고 싶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윤희영 에디터의 ‘중년 나이가 되면 나타나는 현상들’을 감명 깊게 읽고,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며 되새겨본다.

‘내가 젊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엉겁결에 내뱉었다면 중년이 된것이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의 은어(隱語)인 ‘Latte is horse’를 ‘나 때는 말이야’라고 번역해 놓고 ‘나 때는 영어사전 씹어 먹어가며 공부했단 말이야.’라고 했다면 진즉 노년이 됐다고 본다는데, 나는 무슨 커피 종류인가 했으니…….

심리학자 애롤 박사가 영국 성인 2,000명을 설문한 결과 남성은 평균 48세, 여성은 45세를 중년 이정표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령을 불문하고 나이 들어감의 가장 큰 징후와 주요 조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몸이 뻣뻣해짐을 느낀다. 몸을 굽힐 때 자기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낸다. 옷이나 신발은 멋보다 편안함으로 선택하고, 시끄러운 곳은 싫어진다. 술을 이기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의 주량을 알게 된다젊은 후배들끼리 하는 말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카세트테이프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경찰·군인·교사·의사가 모두 앳돼 보이고, 톱10 노래 중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불평을 많이 하게 된다. 뱃살은 넓어지고 마음은 옹졸해진다. TV에선 왜 쓰레기 같은 것만 하냐며 궁시렁거리다 그 앞에서 잠이 든다. TV보다 라디오를 선호하게 되고, 운전은 1차선을 피해 중간 차로를 이용한다. 화분이나 정원에 재미를 붙인다. 주말에도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모두 얼핏 보기에 나의 흉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고 마뜩잖다.

애롤 박사는 “나이는 숫자도 단어도 아니고, 개개인의 태도와 마음 상태에 달렸다”, “인생의 각 연령대와 단계에는 나름의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행복한 삶의 비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그때 그걸 찾아내는 것”이란 조언은 무릎을 치게 한다.

어느 책에서도 유사한 교훈을 얻었다. 나이 드는 것은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며 낯선 문을 마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높은 층으로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과 타인,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당혹스럽고 쓸쓸하지만 미처 몰랐던 자기 자신을,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다시 발견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삶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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