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10여 일 후면 예약대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예방접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준 순간부터 불안했는데 지금이 그와 비슷한 심정이다.

그때도 접종 날짜가 다가오기까지 매일 마음을 졸였었다.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주삿바늘의 굵기가 얼마나 굵을까 상상만 해도 공포가 밀려왔다. 주사를 맞고 난 후 하루나 이틀쯤 시름시름 앓아도 부모님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예방주사를 맞으면 다 그런 거라고 매몰차게 말씀하시곤 해서 섭섭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해 가을 독감 접종에 이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총공세 때문에 예약 이후 마음을 졸인다.

지구의 역사에서 박테리아는 35억 년 전에 생겼고 바이러스는 그 이전으로 추정한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된 시기가 19세기 후반이며 실체를 밝힌 것은 1932년부터라고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원인도 모르고 매번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던 것이다.

로마제국은 장티푸스, 천연두, 페스트의 창궐로 몰락했다. 유라시아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가 로마제국이었기 때문이다. 14세기에 유행한 페스트는 30%에서 60%까지 유럽인의 인구를 사라지게 했으며 그들은 15세기 말, 치사율 90%인 천연두를 비롯한 역병 전파로 원주민을 몰살시키며 신대륙을 정복하는 수단으로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1918년의 스페인독감은 약 1억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1937년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이어 1957년 유행한 아시아 독감은 10만 명, 1968년에 발생한 홍콩 독감은 무려 70만 명이, 그리고 1976년부터 발생한 러시아 독감은 100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로도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창궐했는데 2019년 12월 27일 중국 후베이성의 의사 장지센에 의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가 드러난 후 지금 세계는 떨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전염병 예방법에 규정된 전염병은 총 4군으로 54종이라고 한다. 1군은 유행 즉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병 군이며 2군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대상이 되는 질병이다.

신생아는 태어나자 B형간염 1차 예방접종을 한다. 이후 1개월 이내에 결핵 백신인 BCG를 접종하며 태어나 한 달이 되면 2차 B형간염 접종을 하고 만 12세가 될 때까지 총 17종의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국민의 의무라고 여기며 당연하게 따랐던 예방주사의 현실이다.

그동안 백신 공포는 다수의 언론이 총체적으로 조장해왔다. 허구한 날 정부의 백신 정책을 비판했고 심지어 백신 확보율이 세계 국가 중 10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백신 꼴찌'라고 근거도 없이 어느 야당 정치인은 우겼다.

하지만 지난 21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증가를 적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동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전염병 대유행을 종식하고 향후의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코백스(COVAX)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과의 조율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 라고 성명을 발표한 후 코로나 백신에 대한 언론 기류가 뒤집혔다. 27일, '우리도 백신을 맞읍시다'라고 전격적으로 논조를 뒤집은 조선일보 외 다수의 신문 기사가 그것이다.

국내외 방역 당국 발표에 의하면, 원인불명의 사망과 같은 백신 접종 후유증은 그동안 AZ, 화이자, 모더나를 가리지 않고 엇비슷한 비율을 보여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특정 백신에 대해 기피하거나 선호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방역 당국의 '잔여백신 실시간 예약 신청' 서비스 후 폐기될 위기에 처했던 백신은 동이 났다. 각 사이트를 모두 검색해봐도 '잔여 백신' 없음이다. 이쯤 되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버릴 것인가. 결론은 자명하지 않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