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시달린 지 일 년 육 개월 정도 되고 있다. 날마다 보도되는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젠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언제인지는 몰라도 터널 끝이 보이는 듯하다.

가족 기념일을 잘 챙기는 것도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19와 싸우면서는 더욱 어렵다. 두 달 전 아내의 칠순 생일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동남아라도 다녀오겠지만 지금은 제주도도 어렵다. 고심 끝에 서해안 나들이라도 하려고 1박 2일 계획을 세웠다.

그럴듯한 숙소도 좋겠지만, 퇴직 교원도 이용할 수 있는 충청북도해양교육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전에도 이용한 적도 있지만 좀 오래되어 다시 회원등록을 하고, 퇴직증명원까지 제출한 후에 승인이 되어 예약할 수 있었다. 2개월 전인데도 4월은 마감이라서 5월 하순에 신청하니 며칠 후 승인되었다. 코로나19로 50%만 대여한다더니, 방역 강화로 30%로 축소되어 재추첨 끝에 운이 좋았는지 승인되어 더욱 기뻤다.

드디어 해양교육원에 입실하니, 시설 일부만 활용하여 너무 고즈넉하였다. 엘리베이터를 누를 때에도 납작한 막대를 이용하는 등 방역을 철저히 하여 마음이 놓였다. 우리 충북 학생과 교직원을 위하여 훌륭한 시설을 마련한 데 대하여 고맙고 긍지를 느낀다. 특히, 바다 없는 충북인데 바다를 품은 서해안에서 수련하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한 지혜도 돋보인다.

입실 절차를 마치자마자 대천 앞바다로 나가니 드넓은 바다가 반겨준다. 7월 초에 해수욕장을 개장한다는 전광판을 보니 그때 또 오고 싶다. 성수기도 좋지만, 요즘처럼 조용한 바다도 마냥 좋다. 한두 시간 머물다 대천항으로 갔다. 이곳도 코로나19로 타격이 크다니 내 가슴도 아리다. 어시장에서 횟감을 사서 저녁 식사 겸 먹으니 꿀맛이다. 바닷가에서 먹는 회 맛은 가히 일품이다. 청주에서 먹던 회 맛과 비교 불가라고나 할까.

이튿날 먼동이 트자마자 또 바닷가로 갔다. 떠나기 전에 좀 더 바다를 만끽하고 싶어서다. 간밤에 백사장 위쪽의 산책로까지 올라왔던 파도의 힘이 경이롭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바닷가에는 혼자라서 드넓은 바다와 해안을 독차지했으니 욕심쟁이이고 부러울 것이 없다. 심신을 모두 바다에 맡기며 교감하자니 나도 바다이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물아일체의 경지가 된다. 백사장에 무엇인가 거무스름한 모습이 보인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니 100여 마리나 되는 갈매기 떼이다. 난생처음 보는 장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모여 있을까. 갈매기들도 조회를 하나. 파도가 몰고 오는 먹이를 기다릴까.

교육원에서 퇴실한 후 무창포로 향했다. 그날은 마침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라서 금상첨화이다. 열리는 시간보다 미리 갔어도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 가랑비가 흩뿌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지락, 낙지 등을 잡느라 열중이다. 석대도까지 길게 구부러진 바닷길이 드러나 1.5km 정도를 다녀오며 간절한 기원을 하였다. ‘우리 삶에도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일을 하루속히 극복하고, 신비의 바닷길처럼 행운이 활짝 열리었으면…….’

바다를 실컷 보며 코로나로 시달리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충전도 한 서해안이 무척 값지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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