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동방으로부터 먼 길을 여행 온 박사들이 이스라엘의 왕 헤롯을 찾아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별을 연구하면서 이곳 유대민족 중에 새로운 왕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은 헤롯은 겉으로는 그들을 환영해 주는 듯 보였지만 사실 그는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서는 두려움을 느끼고는 사람을 시켜 그 아이를 죽이기로 작정한다.

이로 인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영아들이 다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훗날 예수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 9:17)

예수의 이 말은 새로움에 대한 사람들의 자세가 때로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두려움으로 가득한지를 지적한다.

새 포도주는 발효과정에서 가스의 발생 등으로 부피가 커지면서 부대를 팽창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 포도주를 발효시킬 때 늘 새 부대를 준비했다. 그렇지 않고 낡은 부대를 사용했다가는 포도주의 팽창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대가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움이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팽창력으로 우리의 삶을 부풀린다. 이때 새로운 사고, 새로운 개념, 새로운 기준 등으로 그와 같은 새로움이 주는 팽창력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과거의 생각, 과거의 기준으로 이 새로움을 바라보려고 하면 새로움이 주는 팽창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대가 터져버리듯 새로움을 거부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예수의 말과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예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새로운 것이었으며 그들이 지금까지 기준으로 삶았던 삶의 기준과 사고의 틀로는 도무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예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을 본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향해 왜 당신과 당신의 제자들은 모세의 율법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예수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 15:11)고 대답한다.

즉 예수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몸을 깨끗이 씻는 것보다 마음과 생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었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매번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규칙들을 다 지킬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런 낮고 천한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처한 문제와 어려움을 살펴보려는 노력이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살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당시 예수의 모든 행동은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먼저 자기 스스로의 기준과 생각의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의 종결이 머지 않은 날에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완전히 정복된 이후에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가 남긴 여러 흔적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것인가?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서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계속해서 주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의 틀을 깨고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그와 같은 새로움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한다. 내 삶이 과거로 돌아가기를 꿈꾸기보다는 새로워진 세상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열린 자세만이 코로나19의 정복 이후 오게 될 세상에서도 더 이상 뒤처지지 않고 더욱 정진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움은 그 자체로 선하다 악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자세에 따라서 새로움은 때로 아주 큰 유익과 발전을 선물해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새 포도주를 담을 새 부대와 같이 준비하여 변화된 세상을 두려움이 아닌 기대와 소망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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