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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대선이 다가오나 보다. 여당 대표는 야권의 유력 후보 대상자를 상대로 자료가 잘 준비되어 있다는 말씀부터 하신다. 야권은 야권대로 여권의 유력 후보들을 상대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직도 정책보다는 네거티브로 선거판을 끌고 가고자 하는 정치 현실에 피곤함을 느낀다. 오늘 따라 곽봉호의원이 필자에게 카톡으로 누름돌과 돌담이란 글을 보내주셨는데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우선 ‘누름돌’이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냇가에 나가 누름돌을 한 개씩 주워오시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름돌은 반들반들 잘깎인 돌로 김치가 수북한 독 위에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돌입니다.  생각해보니 옛 어른들은 누름돌 하나씩은 품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을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픈 시절을 견디며 냈으리라 생각됩니다. 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주제넘게 욕심내다 깨어진 감정들을 지그시 눌러주는 그런 돌 하나 품고 싶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 여기저기 나서는 당돌함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그런 못된 성질을 꾹 놀러 놓을 수 있도록 누름돌 하나 잘 닦아 가슴에 품어야겠습니다. 정성껏 김장독 어루만지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유난히 그리운 시절입니다.

정치 현장에서 누름돌을 보기 참 어렵다. 배추가 맛을 내려면 소금에 푹 절여져서 자기가 죽어야 하고, 포도가 포도주가 되어 맛과 향을 주기 위해선 포도 자신은 으깨지고 뭉개져야만 한다. 누름돌도 없고 절인 배추도 없으며 포도주도 없는 정치 현장에 국민들만 힘이 든다.

돌담은 겉으로 보기엔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다듬거나 손질하지 않은 생긴 그대로를 크기나 모양에 따라 이리저리 맞추어 쌓은 담이다. 그 담이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고 견디며 집의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돌 틈 성성한 구멍으로 바람이 빠져나가고 버려진 잔돌로 채운 틈서리 사춤돌은 폭우에도 씻겨 흘러내리는 법이 없다.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고민과 숙제는 집단과 단체는 있으나 가정과 회사와 정당 등이 공동체가 되지 못해 많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돌담의 돌멩이처럼 개성과 능력과 취미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하며 격려하고 붙잡아 줄 때 진도 7도 이상의 강력한 충격이라도 다 흡수하고 무너지지 않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것이다.

차기 대선 열차가 벌써 출발을 했다. 누름돌, 절인 배추, 포도주들이 많이 출마하고 또 이런 분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아무튼 남북한이 갈라져서 싸우는 것도 서럽고 한스러운데 우리 남한조차 양쪽으로 심하게 갈라져 싸우는 이 사회를 그만 보았으면 한다. 정말 피곤하다. 이 나라와 이 사회가 서로 인정하고 하나가 되는 사랑으로 가득 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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