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지난 5월 1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하였다. 연령대에 따른 안내 문자를 보고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접종하는 병원이 예상보다 많았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선택하고 날짜, 시간 등을 신청하니 잠시 후 “국민비서에서 알려드립니다”하며 예약상황 문자가 왔다. 6월 3일 11시, ○○가정의학과의원, 병원 전화번호, 주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약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안내 문자 끝에 있는 “우리함께일상으로/코로나19예방접종”이란 표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아내도 나와 동일하게 예약을 하였는데 잘한 것일까.

백신 접종에 관한 이런저런 소식에 걱정이 엄습할 때, “내일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일입니다.”란 안내와 주의사항 문자가 왔다. 드디어 접종하는 날,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에 가니 이미 맞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마치 예방주사를 처음 맞는 사람처럼 조마조마하며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주사를 맞았다. 2차 접종 안내와 백신 1차 접종 증명 문자를 받고 큰 고개 하나를 넘은 실감이 났다.

접종 후 3일이 지났다는 문자도 고마웠다. “몸은 어떠세요? 만약 아래와 같은 이상 반응이 나타나…….” 따로 사는 자녀들보다 더 정성껏 안부를 묻는 것 같다. 접종 후 두통과 함께 열이 나고, 근육통도 와서 몸살 증세와 비슷했다. 불안한 마음에 해열·진통제를 복용했다. 어지럼증과 호흡곤란까지 온다는 아내 때문에 밤잠도 못 자며 119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떨칠 수 없었다. ‘왜 하필 이 백신일까?’ 하며 걱정도 하였지만, 어차피 선택권도 없고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라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얼마 전, 내가 거래하는 ○○에서 카톡이 왔다. ‘코로나19 조기종식 기원 코로나적금 출시’인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적금이다. 백신 예방접종 내역확인서를 첨부하고 적금을 붓기 시작하며, 그 금융기관의 참신한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야구장을 포함한 실외 경기장과 공연장의 입장인원 제한이 완화되고,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과 호텔들이 공격적인 백신 마케팅으로 관람객과 투숙객 유치에 나섰다고 한다. 정상 관람료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다니 기한 안에 영화 관람도 하고 싶다. 쇼핑·골프 업체 등에서도 백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니 반갑다. 예약하고 접종을 받으며 불안하고 갈등도 겪었지만 접종받기를 잘했다고 여겨진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것은 백신 불안 속에서도 성숙한 국민들 덕분이다. 고령층은 “손주와 자식들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 첫 단추를 잘 끼웠고, 온 국민이 접종 대열에 합류한다.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가도 해야겠다 싶으면 무섭게 불이 붙는 것이 우리 국민 같다. 이런 덕분에 1차 접종은 12,565,269명(24.24%), 2차 접종은 3,262,733(6.30%)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2021.06.15. 00:00 기준).

일상생활에서도 망설임에는 불신이 있고 공포나 불안이 함께 존재한다. 백신에 관한 어느 설명에 공감이 간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안전운전이라면 백신은 안전벨트이다’라니, 안전벨트는 꼭 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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