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진작부터 "문재인 정부에 '문화'는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었다.

오는 8월 충남 공주에서 열릴 예정인 전국청소년연극제가 각 지역 예선이 끝난 상황에서 예산이 최근 전액 삭감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져 보이는 정책들 때문이다.

지난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의 총 사업비 54억1000만원 중 8억1600만원이 깎이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공연예술제의 예산은 지난해 76억6500만원에서 올해 61억5900만원, 오는 2022년에는 54억8900만원 등 해마다 10%씩 '착실하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예술제의 심사에서 탈락한 단체와 각 단체의 대표축제는 한국연극협회의 39회 대한민국연극제와 25회 전국청소년연극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의 18회 서울 아시테지겨울축제, 한국소극장협회의 15회 대학로소극장축제, 한국뮤지컬협회의 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한국극작가협회의 3회 대한민국 극작 엑스포,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의 29회 젊은연극제 등이다.

뮤지컬 어워즈와 극작 엑스포를 제외하면, 모두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최소 1회에서 최대 40번 가까이 넘겨온 행사들이다.

15년 이상 된 중견 축제, 장르를 대표하던 축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등이 대거 탈락했다.

공연예술계, 특히 연극계가 존폐 위기를 맞았다며 분노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발표한 '문화비전 2030'의 8대 핵심 과제 중 '예술 가치 중심의 창작 지원'이 있다.

그런데 유일한 1개여서인지 7개의 복지·인권 정책에 가려져 예술창작 환경은 퇴보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가 포함돼 최근 발족한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예술 향유 지원 예산은 2011년 48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이상 증액된 1671억원인 반면 창작 지원 예산은 같은 기간 240억원에서 459억원만 늘어난 699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전체 사업비가 문화예술 향유에 집중되고 창작 지원은 절반 가량에 불과한데 문화예술 향유의 플랫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공연예술제의 지원 예산을 깎아버린 정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문화예술 향유 지원 정책도 창작에 매진해야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있으나 마나다.

한국문예회관연합회의 사업 '방방곡곡' 역시 본래 목적은 국민들의 예술 향유이지만 겉으로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양 포장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지역 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등이 그대로 계속되고 있을 뿐, 현 정부에서 지역과 문화예술을 위해 내놓은 게 뭐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서처럼 관련 예산의 지속적인 삭감은 공연축제를 선심성·소비성 행사로 보는 기획재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공연예술계의 시각이다.

본인의 인식도 저런지 알 수 없으나 상황을 모르고 있진 않으리라 생각되는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문화예술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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