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팔과 다리를 노출하는 여름이면 이유도 모를 상체기나 멍이 더 자주 생긴다. 자주 그런 편이라 연고 한 번 바르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가 일쑤인데 오히려 남이 먼저 발견하고 연유를 물을 때가 더러 있다.

모든 상처는 덤벙거리거나 조급한 성격 탓에 생겼다. 주방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생긴 상처라면 서랍이나 싱크대 문짝을 열다가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긁혀서 생겼고 방에 머물다가 생긴 상처라면 가만있는 침대나 책상 모서리를 저 혼자 박고 나서 생긴 멍이다.

근래 자주 몸을 살핀다. 거울을 이용하여 등 뒤까지 샅샅이 훑어보는데 그러고 나서도 불안이 가시지 않아 날짜만 가길 기다린다. 주사 부위의 붉은 발진을 빼곤 깨끗한데 매일 일과처럼 그러고 있으니 자주 보지 않던 거울 습관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의 백신 예약이 시작된 첫날에 접종 해당 기간의 첫 주말을 선택해 예약했다. 주중에는 근무해야 해서 주말을 선택했는데 지인은 추이를 봐가며 접종하겠다며 예약 날짜를 되도록 늦추었다. 이왕 맞을 매라면 먼저 맞겠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지만 그들 말도 그럴듯했다.

접종 후 만 12시간이 지나자 반응이 왔다. 열을 동반해 두통과 근육통, 뼈마디가 쑤시는 몸살에 시달렸다. 일요일 내내 누워만 있으면서 짓궂은 사내아이들이 주사 부위를 툭 치고 도망가곤 해서 울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예방주사를 맞으면 원래 그렇게 아픈 거라고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출근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여러 날 힘들었다. 주사 부위까지 시뻘겋게 부어올라 이상 반응을 신고하고 병원도 다녀와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을 이겨낸 현재 몸과 정신이 개운하고 평온하다.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매일 불 지르던 뉴스 때문에 생겼던 불안은 2주일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물론 백신 접종만으로 완전하게 안전해졌다고 자부할 순 없다. 그러나 다음 달이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고 모임 참석이 자유로워질 정도로 빠르게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다.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한 듯 누렸던 과거의 일상에는 못 미치겠지만 이 정도라면 언제 벗어날지 모르던 긴 암흑의 터널 끝이 보이는 것만 같다.

곧 2차 접종을 앞둔 이가 질병청의 백신 변경 안내문을 보여줬다. 백신의 수급 상황에 맞추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모더나 백신으로 변경된 모양인데 그가 애초 원했던 대로 접종하게 되어 축하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달랐다. 왜냐면 최근 FDI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팩트 시트에 심근염과 심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를 25일 추가했으며 특히 젊은 층에 발생한다는 뉴스가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은 없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되고 아는 것이 오히려 병이 되기도 한다. 백신의 이름조차 모르던 유년 시절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예방주사를 맞았어도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만가지 정보를 쏟아대는 지금은 상대적으로 불행하다.

방송에 출연하여 ‘어렵죠?’라고 부추기는 정치인의 말이 거슬린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척이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어렵고 이 어려움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은 언제나 처음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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