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며칠 전, 6.25전쟁 71주년을 맞이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6.25의 교훈과 참전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려보았다. 오후 늦게 한적한 오솔길에 접어들어 라디오를 들으니, 모 방송국의 '무명을 밝히며' 이었다. 진행자와 ○○정형외과 원장의 대담이었다.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는 인문학 강좌같이 가슴에 와닿아 진한 감명을 받았다. 

얼핏 생각하면 의사(醫師)는 진료하고 수술하느라 과묵하고 딱딱한 줄 알았는데, 그분은 여느 상담자보다도 더 다정다감하였다. 마치 오래전에 독일 연수를 갔을 때 그 사람들이 멋없고 무뚝뚝할 것이라 여겼는데, 유머가 풍부하고 친절한 버스 기사 한 분 때문에 내 선입관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가장 좋은 치료는 몸과 마음이 함께 편안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환자를 대할 때 부모님 같은 생각과 생로병사를 깨닫게 됩니다." 등 인문학자 같은 말씀에 많은 감동을 하였고, 41여 년 교육자로 몸담았던 필자보다 더 교육자 같았다. 물론 그분도 교수(敎授)였고, 의사이지만…….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과 교양, 도덕과 신앙의 중요성도 거듭 일깨워주는 그분의 말씀을 메모하고 발췌하며 되새겨보았다. 

몸을 고치기 위해 찾아온 분들께 마음의 평화를 함께 드리는 ○○정형외과에서는 따뜻하고 합리적인 치료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모든 치료가 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관절 치료는 훌륭한 인공관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과학적 뒷받침과 그것을 구현해 낼 의료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쾌적하고 효율적인 공간과 시설 그리고 숙련된 인력이 갖춰질 때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선량한 뜻과 지혜를 갖춘 의료진의 사명감과 윤리의식 또한 필수적입니다. 찾아오는 모든 분이 매 순간 "내가 참 고귀한 대접을 받고 있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고, 환자가 존중받는 병원이 될 것입니다.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육신의 질환으로 흐트러진 삶의 질서를 다시 정상으로 만들어 더욱 향상된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삶의 행복을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절을 고치는 의학적 치료는 물론 인문강좌 같은 건강한 마음 보살핌 또한 함께 제공합니다. 특히 안전성, 정확성, 무통 치료, 성형 외과적 미용수술, 병원비 최소화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최상의 병원임을 보장·추구하고……. 

어디에 있는 병원인지도 알고 있으니 그곳에 가고 싶다. 필자가 만나는 의사 선생님도 대체로 친절하고 잘하지만, 내 부모·가족처럼 모신다는 ○○정형외과처럼 진정성이 아쉽고,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듯해 서운할 때도 있지 않은가.

'무명을 밝히고'에서 '무명(無明)'은 "십이 연기의 하나.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 때문에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를 이른다. 모든 번뇌의 근원이 된다."이라니 이를 깨닫고 실행하는 곳이 바로 그 병원이라 여겨진다. 이처럼 인문적 활동과 통찰은 모든 분야에 접목될 때 큰 성과를 올리며 가치와 행복을 줄 것이다. 병원뿐만 아니라 교육, 정치, 기업, 직장,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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