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코로나19 예방이 화두가 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교실 수업 개선이 역주행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학생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라니 무엇보다 교실 수업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간간이 보였던 모둠수업이나 양방향적 수업은 자취를 감추고 일방향적 수업이 대세를 이룬다.

교사는 한 시간 내내 목청을 높이고 학생들은 그저 수동적 자세로 듣고만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변칙적 상황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교육부나 교육청은 코로나19라는 방패막이 뒤에 납작 엎드린 모양새이다.

며칠 전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 공개의 날에 교사 수업을 전체적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학생 접촉 최소화(?)라는 상황에서도 일부 교사들은 자신만의 참신하고 독특한 수업을 하였다. 다양한 색분필로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였으며 휴대폰과 탭 및 카메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고 있었다.

또 활동지를 제작하여 학생들의 수업 이해력이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과목별 수업 도구를 활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수업내용과 학생들의 삶을 연관 지어 설명하거나 과제를 제시하여 수업의 품격을 높이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러나 함께 인식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술한 것처럼 교사 대부분은 양방향적 수업을 일방향적 수업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신규 및 저경력 교사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사례는 지나치기 어렵다.

첫째, 칠판 판서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체계가 없고 무질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 시간 내내 화면에 영상을 띄우거나 PPT를 보여주다 보니, 교실 앞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칠판은 장식품이 되고 있다. 한 시간 수업내용 모두를 칠판에 적지 않더라도 최소한 마무리 정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 학생들이 책으로만 수업을 하고 공책을 소지하지 않거나 소지하더라도 활용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는 공책에 정리해야 할 내용을 유인물로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한다. 공책 정리의 유용한 점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으나 유인물의 편리함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공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셋째,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 형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비고츠키가 '관계의 교육학'에서도 말했듯이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교사 사이도 관계만 원만하게 형성된다면 만사형통이 가능하다. 교사는 교사이고 학생은 학생이다. 원근불원근(遠近不遠近)의 처신이 요청된다.

넷째,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교수용어 선택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교육학에는 교사가 사용하는 일상언어와 교수용어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상언어가 학생들과 소통에 유리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교수용어 사용이 올바르다. 그래야 수업의 권위가 서고 수업의 품격이 살아날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다. 흔히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노력한 만큼 수업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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