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올여름은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보다 지독한 ‘압력솥 더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염이다. 그래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 덕분에 폭염과 코로나19 고통도 다소나마 잊게 해주어 무척 고맙다. 선수들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피땀 흘려 연마한 보람과 감동이다. 특히, ‘주몽의 후예’다운 우리 양궁 대표팀의 쾌거는 코로나19 등으로 지친 우리에게 많은 희망과 긍지와 교훈을 주고 있다.

중계방송으로만 보아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강채영, 장민희, 안산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으로 완파하고 올림픽 단체전에서 9연패를 달성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양궁 종목에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9연패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워 세계 양궁의 지배자가 되었다.

남자도 대회 2연패에 이은 6번째 정상을 차지한 쾌거라서 기쁘기 그지없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팀을 이루어, 7월 24일 열린 양궁 혼성단체전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5-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호남 출신 선수가 손잡고 한마음으로 이룩한 쾌거라 더욱 감동한다.

우리 남자단체전은 26일, 결승전에서 대만을 세트 스코어 6-0으로 완파했다. 24일 혼성전과 25일 여자단체전에 이어 사흘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며 5개 전 종목 석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우리 남자 양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제패에 성공하기까지 절체절명의 위기도 있었다. 준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4-4로 맞이한 ‘슛오프’에서 첫 번째 사수 김우진(29·청주시청)이 9점을 쏜 뒤 일본이 10점 과녁 선상에 화살을 꽂아 남은 화살은 겨우 두 발이었다.

다음 차례인 17세 막내 김제덕은 침착하게 과녁 정중앙 근처에 꽂아 한국을 정상으로 이끈 결정타가 됐다. ‘슛오프’에서는 동점이 되면 과녁 정중앙에 가장 가까운 화살을 쏜 팀이 승리하는 것도 시청하며 알았다. 10점 표적의 지름은 12.2cm. 정중앙인 엑스텐(X-10)의 과녁은 지름 6.1cm의 원인데, 김제덕의 10점은 중심에서 3.3cm 떨어져 있고, 일본의 10점은 5.7cm 지점에 박혀 있었다. 2.4cm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으니…….

한국 양궁의 비결은 남녀 모두 선발 과정의 공정한 경쟁과 준비 과정의 철저한 디테일이다. ‘대표로 선발만 되면 금메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실력을 검증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3차례의 평가전으로 남녀 각 8명을 뽑고, 선수촌에서 합숙훈련하며 다시 2차례의 평가전으로 각 3명을 최종 선발했다. 과거 기존 대표선수는 1, 2차전을 면제해 줬지만, 이번엔 그런 특혜도 없앴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치밀하고 철저한 실전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에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하고 똑같이 만든 훈련장에서 활을 쐈고, 외딴섬의 환경과 소음이 심한 야구장 등에서도 치밀한 훈련을 하였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세 차례 선발전,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쳤는데, 이들이 토너먼트, 리그전, 기록전 등을 치르면서 쏜 화살만 3,000여 발이라고 하니 참으로 경이롭다.

공정한 경쟁과 치밀하고 철저한 훈련은 양궁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나아가 정치·경제·사회·교육·기업 등 전 분야에 적용하여, 부조리와 특혜 없는 제도에서 혁신과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한다는 교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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