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을지 큰 용단을 내릴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미훈련과 관련해서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압박 이후 사흘 만인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미국 측과 훈련에 대해 신중하게 협의하라”며 첫 입장을 냈다.

미 국방부는 “한국으로부터 훈련 중단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 군도 내부적으로는 미군과 훈련 관련 주요 지휘관 세미나를 여는 등 훈련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 여권에서 훈련 연기론이 잇따르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 74명이 연판장을 돌려 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기에 선을 그었음에도 여권에서 연기론이 번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야당은 “남북 정상회담 유혹에 훈련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 대다수는 어리둥절해지고 있다. 국가안보가 우선인지 남북대화가 우선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공식적인 보고나 논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서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 당국 및 미 측과 협의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여정 담화 이후 당정에서 잇달아 훈련 연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건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에도 미국이 훈련 실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도 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훈련 중단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여정 담화를 봤다며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에서 적절하게 훈련되고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어도 군 당국 차원에선 미국 측에 연기나 중단을 요청한 적도 없고 요청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훈련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역지침을 존중하나 정상적으로 훈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군은 그대로 참여하고 한국군 규모만 축소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군은 예하 부대에 하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의 축소 시행 방침을 하달했다. 작전사령부급 부대가 훈련을 위한 증원 인력을 운용하지 않고 현 인원만 훈련에 참가하는 한편 사단급(해군은 함대급, 공군은 비행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에는 전쟁 수행의 핵심축인 작전사급 부대조차 증원 인력을 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단급 이하 부대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훈련에 응답만 하는 ‘대응반’만 가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전부대의 참가 수위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올 상반기 연합훈련과 비교해 참가 병력 등의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한·미는 참가 병력은 줄어도 1부(방어), 2부(반격)로 진행되는 훈련 시나리오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연합훈련으로 전시 대비태세 점검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이 재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 통신선 복원과 연합훈련은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 문제인데, 북한의 말에 흔들리며 원칙을 깨는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안보의 불안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원칙있고 일관된 안보정책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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