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말도 많고 걱정도 많던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가 1년 연기됐다. 역사상 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있었으나, 연기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양궁·수영·탁구 등 우리 선수들은 코로나19와 폭염 속에서 아쉬움과 진한 감동을 주었다. 특히 우리 여자배구는 코로나19와 경제난 등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많은 희망과 교훈을 주었다.

지난 8일(일요일) 아침, 외출도 미루고 손에 땀을 쥐고 한국과 세르비아의 여자배구 경기를 지켜보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세르비아는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 팀답게 가공할만하였다. 세트스코어 0대3이란 한국의 완패로 끝났지만, 피와 땀으로 획득한 4강 신화가 무척 자랑스럽다. 그 덕분에 스포츠에는 메달과 승리보다 소중한 게 있다는 걸 일깨워주었다.

동메달은 세르비아가 차지하여 우리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무려 45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경기를 되돌아보아도 진한 감동이다. 조별 예선 첫 경기였던 브라질에 패했지만,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차례로 제압하면서 8강 진출을 하였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과 일본전에선 5세트 접전 끝에 승리할 때 2002 한일월드컵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고, 8강에서 만난 터키를 제압하면서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었다. 5세트 10-13이었을 때 지는 줄 알았는데,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주장인 김연경이 마지막 득점을 하면서 포효했다. 김연경은 “후회 없이 하자”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고, 자신감과 조직력도 한층 끈끈해졌다.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수 있기에 간절함과 투혼, 열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4위지만 그 어떤 메달보다도 값지다. 도쿄올림픽 개막 전만 하더라도 필자도 예선 통과도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고 이런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학폭 사태’로 물러난 자매 선수를 비롯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선수까지 주요 포지션이었던 선수들의 이탈 때문에 회의적이었다. 세계랭킹 11위인 한국은 ‘숙적’ 일본과 4위 터키를 차례로 꺾으면서 2위 브라질과 맞서 겨룰 때 기술, 높이, 체력 열세에 가슴 아팠고,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높이와 힘을 넘지 못하고 패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아쉬움과 눈물로 4강에서 만족해야 했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약 전력 약화를 야기한 학교 폭력 사태가 없었다면, 학폭이 불거져 나왔어도 관련 인사들의 중재와 보살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반성과 용서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게 했다면…….

우리보다 강한 일본과 터키 등에게 5세트 접전 끝에 감격의 승리를 쟁취하였으니 조금만 더 잘했으면 아무리 막강한 세르비아도 3, 4위전에서 이길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메달을 못 딴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 요인으로 자승자박(自繩自縛)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후회 없이 하자”라며 독려한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태극낭자들은 이번 대회 내내 온 국민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겼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를 되뇌며 아쉬움과 눈물 그리고 감동을 안겨준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후회 없이 하자”는 여자배구뿐 아니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온 국민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교훈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