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 

태풍과 가을장마 영향으로 오랫동안 폭우가 내려 큰 피해를 주어 안타까웠는데, 점점 하늘이 높고 청명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며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길에 버려졌던 유기견을 데려다 키웠던 90대 할머니가 이 반려견의 도움으로 구출된, 마치 원주 치악산 상원사의 '은혜 갚은 꿩' 등 전래 동화 같은 가슴 훈훈한 미담에 진하게 감동하였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 거주하는 김 모(93) 할머니가 실종된 지 40시간 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집에서 2㎞가량 떨어진 들판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충남경찰 드론 열화상카메라가 찾아낸 김 할머니는 발견 당시 쓰러져 있는 몸이 물에 일부 잠긴 상태였으며. 곁에는 반려견 '백구'가 함께 있었다. 지난 8월 25일 오전 2시, 90대 어르신이 집을 나선 뒤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합동 수색대가 인근 주변을 수색했지만, 계속 내린 폭우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할머니 옆에 바짝 붙어있는 백구의 체온 감지로 드론이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니…

할머니는 3년 전쯤 길에 버려졌던 백구를 데려와 인연을 맺었다. 백구가 대형견에게 물려 중상을 입어 위태로웠을 때도 할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기적적으로 살았다. 그 후 백구는 언제나 할머니 곁을 따라다니는 반려견이 되었다. 가족이 "은혜 갚은 백구 덕분에 엄마와 백구 모두 무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고마워한 것처럼, 빗속에서 탈진한 할머니의 옆에 바짝 붙어 체온을 유지한 백구 덕분에 드론에 발견될 수 있었다.

충남소방본부는 이 백구를 '전국 1호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하고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다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

할머니가 데려온 백구도 이처럼 은혜를 갚는데, 지난 8월 30일 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서 70대 할머니가 손자가 휘두른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청주에서는 자기가 낳은 신생아를 버린 일이 있어 가슴 아프다. 탯줄까지 붙어있는 신생아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은 패륜적인 여인은 과연 엄마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위독했던 신생아를 가까스로 살려냈고, 기적의 생존을 한 신생아를 돕는 사랑의 손길이 이어져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고 응원해준다.

친모는 지난 8월 18일 오전 8시쯤 청주시 흥덕구 한 식당 앞 음식물 쓰레기통(10ℓ 크기)에 갓난아기를 유기하였고, 사흘 뒤인 21일 쓰레기통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아기는 구조되어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다니……. 

또한 지난 8월 25일 오후 11시 30분쯤 경기도 여주시 홍문동의 한 노상에서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사다 달라며 60대 할머니의 머리와 어깨 등을 들고 있던 꽃으로 여러 차례 때렸고, 영상 촬영도 한 어처구니없는 금수만도 못한 부끄러운 사람이 많아 실로 통탄스럽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쪽에 있는 예의의 나라'라는 의미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칭송받던 자랑스러운 민족이었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허탈하다. 이러한 명예에 먹칠하는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청소년 범죄의 저연령화, 흉포화·집단화·재범화,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 날로 추락하는 도덕과 교권, 경로효친도 미풍양속도 퇴색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하루속히 온 국민이 각성하여 찬란한 전통문화와 도덕성과 미풍양속을 복원하고, 효·인성교육을 강화하여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품격과 긍지를 되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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