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가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차량요일제에 해당될 때, 회식할 때 등 버스를 타면 승용차를 탈 때보다 주위 경치와 사색을 즐길 수 있고, 때로는 한눈 붙일 수도 있어 금상첨화이다.

오늘 아침에도 버스를 탔다. 어떤 의젓하고 미더운 여학생이 자리 양보를 하기에 사양을 했다. 날마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만원버스에 시달리는데 신세지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무릎을 다쳤을 때 양보를 하기에 앉기는 하였지만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인 것 같다. 때로는앉아서 빤히 쳐다보거나 자는 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며칠 전, 충청북도교육청에서 공문이 왔다.「4월 18일, 대중교통 이용하여 출근하기」관련이다. 제3회 기후변화 주간을 시작하는 첫날이 4월 18일이고, 제41회 '지구의 날'인 4월 22일을 전후해서 추진하는 행사이다. '내가 먼저(me first)' 실천하는 녹색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국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등 녹색생활에 솔선수범함으로써 국민이 동참을 하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겠다. 필자는 이런 공문이 오기 오래 전부터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고유가 시대라서 더욱 필요하다. 저렴하다고 하는 주유소조차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할 정도이니...... . 정부와 정유사에서 기름값을 내리기에 고심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버스를 타면 경제적으로도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한두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점차 파급되어 전체 국민이 동참한다면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도 여유롭게 청주대교를 건넌다. 우리고장 청주의 젖줄이라고 하는 무심천변도 버스에서 보면 더욱 아름답다. 어느새 백목련이 함박웃음을 터뜨렸고, 노오란 개나리도 만발하였다. 곧 교문에서 만날 우리학교 어린이들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목련보다 더 해맑게 함빡 웃는 초등학생과 개나리처럼 앙증맞은 병설유치원 원아들까지. 가녀린 가지로 어떻게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지 자연의 섭리가 경이롭다. 우리 학생들도 온실 속의 화초와 과잉보호가 아니라, 강인한 몸과 마음을 연마해야 하겠다.

토요일이라 도로가 한결 여유롭다. 학생과 교직원들만 학교로 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회사는 쉬는데, 유독 학교만 홀수 주 토요일에도 등교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머지않아 개선될 것 같다.

드디어 학교 앞에 다다르니 고맙게도 버스 앞쪽에 자막으로 학교 이름이 나오고 안내방송도 나와, 우리 학교 홍보를 하는 느낌까지 든다. 이 기회에 버스회사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학교 주위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고하는 배움터지킴이, 녹색어머니, 교직원그리고 교통반 어린이들이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필자도 고마움을 표하며 둘러본다. '사랑합니다.' 하며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이 사랑스럽다. 천진난만하고 바르고 착하게 생활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오늘따라 더욱 대견스럽다. 버스를 타고 츨근하는 날은 제법 여유롭고 더욱 반갑게 만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흐뭇하다. 화사한 봄꽃과 더불어 교정을 비추는 해님이 더욱 따사롭고 영롱하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장·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