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술자리 같이 하는 친구 중에 강희경이라는 친구가 있다. 충북음악협회장을 하고 금년 2월에 교직에서 퇴직한 친구이다. 이 친구는 굉장히 유쾌한 친구인데 좀 별난 구석이 있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친구이다. 악의는 하나도 없는데 하는 말들과 행동이 아주 재미있다. 가끔씩은 상당히 당황할 때도 있다. 음악선생 출신답게 피아노를 칠 때면 아주 신들린 사람처럼 친다. 인생을 유유자적하며 사는 멋진 친구이다. 그건 그렇고 이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거안실업 상무’가 됐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그래서 얼떨결에 ‘축하한다’고 답신했는데...카톡 말미에 거안실업에 대한 링크가 걸려있어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뜬다.

퇴직한 나를 보고 아내는 ‘집사님’이라고 말합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놀려대는 거지요. 어떤 때 기분이 좋으면 ‘장로(노)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노는 사람’이란 뜻이지요. 가끔씩 연락 오는 지인들이 나에게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나는 ‘거안실업’회장에 취임하였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거의 모두가 부러운 표정으로 뭐하는 회사냐고 꼭 묻습니다. 그러면 나는 우리 집 ‘거실과 안방을 오가는 실업자 회장’이라고 말하면 서로가 즐겁게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내는 또 나를 ‘마포불백’이라고 놀려 댑니다.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라고요. 어쩔 수 없는 ‘마포불백’이 되었으니 삼시세끼 밥이라도 잘 받아먹으려면 현명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밥 얻어먹고 살기 위한 생존비법이 있다고 한다. 이는 총 6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소개하자면 첫째는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즉,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린다. 둘째는 인명대처(人命在妻) 즉, 사람의 운명과 수명은 아내에게 달려 있다. 셋째는 수신제가(手身제가), 이 뜻은 ‘손과 몸을 쓰는 집안일은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의미이다. 넷째는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 이것은 아내와 화목하면 매사가 순조롭다는 뜻이다. 다섯째는 지성감처(至誠感妻), 이것은 정성을 다하고 아내가 감동하길 기다린다. 여섯째는 순처자(順妻者)는 흥(興)하고 역처자(逆妻者)는 밥 굶는다. 모두 웃자고 나온 글이지만 퇴직한 친구들 사이에선 씁쓸한 웃음만 나오는 내용이다.

훌륭히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사람들도 정년퇴직 후 이런 글을 쓰면서 집에서 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를 해학적으로 위와 같이 나타내는데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아니 본인 가슴은 다 타들어가서 숯검정일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 심정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 아닐 까 싶다.

최근 10년간 우리 충북에서도 청년인구가 7만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통계자료가 나와 있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보다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이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정도 그렇고 도정도 그렇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 기회 제공을 최우선적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튼 내년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획기적으로 앞장 설 대통령, 지사, 시장이 선출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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