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오는 10월 9일은 575돌 한글날이다. 한글날 대체휴일 운영으로 10월 11일(월요일)도 휴일이 된다. 연휴라고 놀러 다니며 좋다고만 하지 말고,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에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다듬고 좀 더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도록 힘써야 하겠다.

신문·방송과 일상에서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에서 범람하는 외래어, 은어, 신조어 등을 접할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하고 걱정이 앞선다. 이런 말들을 의미도 모르고 그냥 따라 한다면 실수와 결례를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언어 공해가 되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가진 국민으로서 부끄러우니 속히 바로잡고 순화하고 싶어 사례를 들어본다.

지뢰처럼 조심조심 피해가야 할 혐오 표현이 늘고 있다. ‘맘충’ ‘틀딱’ ‘된장녀(남)’ ‘김치녀’처럼 비교적 명백한 혐오 표현과 달리 ‘수박’ ‘두부’ ‘홍어’ ‘7시’ ‘포도’ 등처럼 의미를 덧붙이기도 민망스러운 말도 있고, 의미를 잘 몰랐던 말도 특정 커뮤니티에서 모욕과 비하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니…….

혐오 표현의 내용과 대상은 다양하다.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상대인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한녀’ ‘한남’이라 부르며 갈등을 키운다. 진보와 보수는 ‘수구꼴통·토착왜구’ ‘입진보·××이’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특정 계층을 향한 일방적인 비하 표현도 많다. 고령자를 ‘틀딱충’으로 부르거나 아이 가진 엄마를 ‘맘충’으로 호칭하기도 한다(특히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끼쳐도 교육하거나 자제하지 않는 엄마). 벌레를 뜻하는 ‘충(蟲)’이라는 접미어에서 보듯 조롱과 비난의 뜻이 담겨 있다. 혐오 표현의 폐해도 우려된다. 그 대상이 된 개인은 낙인과 편견으로 일, 학업 등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워지고, 두려움과 슬픔 등 지속적인 긴장 상태나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존감 손상으로 인해 자살 충동,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은어(隱語) 사용도 심각하다. 주로 청소년들의 대화를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이 많아 알아보았다. 이를테면 간지나다(폼나다), 갈비(볼수록 싫어짐. ‘갈수록 비호감’의 준말), 걍고(그냥 하자. 어원은 ‘그냥 go 하자’), 광클(미치도록 클릭), 꼬댕이(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학생), 꼽주다(창피하게 하다), 님선(당신이 먼저), 담샘(담임선생의 준말), 담탱이(담임교사), 디비(DB. 담배), 마설(설마/음의 도치), 물고기방(피시방/어원 fish), 뺑끼(거짓말), 야리까다(담배 피다), 오나전(완전한 오타. 컴퓨터 자판에서 ‘완전’을 잘못 쳐서 된 말), 노상까다(돈을 갈취하다), 설왕설래(키스), 짭새(경찰), 후까시(겁주다. 속이다)등 수없이 많다.

또한 일본말이지만 알면서도 쓰고 모르고도 쓰는 것들도 많으니, 속히 우리말로 순화해야 한다. 가께우동(가락국수), 기스(흠, 상처), 노가다(노동자. 막노동꾼), 아나고(붕장어), 오뎅(생선묵, 어묵)…….

코로나19는 우리의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낸다. 비대면 활동과 함께 증가한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순간 상대에겐 고통이 되기 쉽다. 특히 개인의 단순한 의사 표시를 넘어 집단적 사회현상으로 확산하면 무차별적 폭력으로 치닫는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與野)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인신공격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소통과 창조의 리더십을 본받아 공약과 비전을 앞세우는 참신하고 꿈같은 아름다운 선의의 경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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