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넷플릭스에서 상영되었던 '오징어게임'을 보고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던 게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경험했던 놀이들이 하나 둘 생각이 났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60년대 말, 70년대 초는 나라 전체가 빈곤했던 터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이도구를 살 수 있는 형편은 못되어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주류를 이루었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전쟁놀이를 많이 했고 여자아이들은 오자미, 고무줄넘기, 공기놀이, 소꿉놀이 등을 많이 했었다. 

어린 시절 가장 쉽게 했던 놀이로는 딱지치기가 있었다. 종이를 접어 네모 모양의 딱지를 만들어 바닥에 있는 상대방의 딱지에 충격을 가해 상대의 딱지가 뒤집히면 딱지를 가져 갈 수 있는 딱지치기는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놀이라서 부담이 없는 놀이였다. 경제사정이 좀 더 나아지면서는 딱지치기는 문방구에서 파는 동그란 모양의 딱지로 진화했다. 이후 종이로 만든 딱지치기의 시대는 가고 유리로 만든 영롱한 빛깔의 구슬치기 시대로 발전했다. 유리로 만든 구슬은 보기에도 예쁘고 가격도 비싸서 정말 현금 같은 가치가 있었다. 주로 홀짝이나 삼치기 놀이를 했던 기억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자주 했던 게임으로는 다방구가 생각난다. 가위, 바위, 보로 2명의 술래를 정하고 술래는 흩어진 사람들을 붙잡아 전봇대에 줄을 세우는 역할을 하는데 모두 붙잡아 오면 술래에서 해방되었다. 도망 다니던 공격자가 술래를 피해 붙잡힌 사람들의 몸을 건드려 "다방구"를 외치면 모두 풀려나는 게임이었다. 교문 앞에서는 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넣어 막대로 저은 다음 반액체 상태로 만든 다음 철판에 부은 후 그 위에 별이나 삼각형 모양의 틀로 찍어 틀의 모양대로 깨짐 없이 잘라오면 큰 사탕 하나를 상으로 주는 뽑기도 있었다. 지역에 따라 '달고나'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놀이로는 '말타기' 놀이가 있었다. 두 패로 나뉘어 술래측은 뒤에서 머리를 앞의 사람 다리사이로 넣어 말을 만들고 공격자는 힘차게 말위에 내려 앉아 말의 형태가 무너지도록 하는 게임이었다. 모든 공격자가 올라 탈 때까지 말의 줄이 무너지지 않으면 대표끼리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겨루어 공격과 술래를 다시 결정하는 게임이었다. 남녀가 같이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민망하기도 하고 허리 부상의 위험도 있는 게임이었다.

 그 유명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도 있었다. 술래 한사람은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 후 공격자들을 바라보는데 그 때 움직이는 공격자는 탈락되고 끝까지 술래의 위치까지 도달하는 공격자는 생존하는 게임이었다. 또 생각나는 게임으로는 '십자가이상' 놀이도 있었다. 넷플릭스에 나오는 '오징어게임'과 비슷한 규칙이었던 기억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10월 16일 현재 23일 연속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1억1100만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사용자가 시청하면서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인기작이 됐다고 한다. 이러한 초대박 성공의 비밀에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게임들이 누구나 30초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게임규칙이 한몫했다고 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이 세계인을 매료시킬 무기가 될 줄을 어찌 알았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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