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유태인이 이스라엘에서 추방당한 후 ‘게토(Ghetto)’로 알려진 유태인의 거리라든가 유태인 부락이 스페인으로부터 러시아, 터키, 중국에 이르기까지 온 세계에 탄생하게 되었다. 한 민족이 멸망한다는 것은 보통 국토(國土)를 잃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 한다면 스스로의 종교라든가, 문화를 버리고 강자에게 동화되는 것을 말한다. 유태인은 국토는 잃더라도 민족은 멸망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천 8백년 이상이나 되는 오랜 세월 동안 유태인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무장한 일이 없다. 어쩌다가 외부의 습격으로부터 유태인의 거리를 지키기 위해서 높은 벽을 쌓은 일은 있었지만 나라가 없었으므로 지켜야 될 국토도 군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유태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한 무기는 배우는 일이었다.

‘성서’를 배움으로써 유태인이 되었으며 아이들에게 ‘성서’를 배우게 하며 완전한 유태인으로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중세부터 “교육이 없는 유태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유태인 이외의 사람에 의해 양육된 유태인 외에는”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유태인이 이스라엘에서 추방당하고 나서부터 유태인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일은 아니었다. 유태 사회에서는 원래 학문이 가장 숭고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랍비가 사회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태의 어린이들이 즐겨 듣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영웅은 용맹스러운 기사나 왕자가 아니라 바로 현인(賢人)인 것이다. 유태인에게는 ‘성서’를 배우는 일이 곧 신(神)을 찬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태인 남자는 고대로부터 성년이 되면 ‘성서’나 기도서를 읽을 수 있어야만 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다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유태 사회에는 문맹자(文盲者)가 없었다. 유태인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한 민족이다. 이스라엘에 가 보면 알 수 있지만 유태 사회는 철저한 평등주의 사회이다. 고대 유태 사회에서부터 이 평등주의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등하게 전원이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경건하면 경건할수록 ‘성서’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배우는 일과 생활은 하나가 되었다. 유태인은 ‘성서’이 외에도 많은 책을 탄생시켰는데 성전(聖典)인 ‘탈무드’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탈무드’는 ‘위대한 연구’라는 뜻이다. 이것은 2백5십만 자로 이루어져 있는 유태민족 5천년에 걸친 생활규범의 집대성이며 수 백 년에 걸쳐서 편집된 것이다. ‘성서’에 관해서 수만 명의 랍비들이 토론한 것이 수록되어 있어 유태인의 사고방식을 잘 나타내 보여 주고 있다. 유태인은 하나하나의 문제를 가능한 한 모든 각도에서 보려한다.

예를 들면 유태인은 한 사람의 인간의 생명을 지극히 귀중하게 여긴다. ‘탈무드’를 펼치면 ‘성서’에서 사람이 어째서 최초의 단 한 사람의 인간이었는가에 대한 토론이 실려 있다. 그에 대한 답은 아담이 최초의 유일한 인간이었던 것은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는 일이 전 인류를 멸망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아담 이후에도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단 하나밖에 없다. 그를 죽이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키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길게 신학적인 논쟁을 소개하는 것은 그만 두기로 하자.

“인간은 입이 하나인데 귀는 두 개가 있다. 어째서 일까?”라고 랍비가 묻는다. 한 사람이 대답한다. “이야기 하는 두 배로 듣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흰 부분과 검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왜 검은 부분으로 보는 것일까?”, “그것은 세계를 어두운 면부터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신께서 인간이 밝은 면부터 보다 너무 낙관적이 되지 않도록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