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장연덕 칼럼니스트

BBK라는 회사의 실소유주가 누구냐, 과거의 대한민국을 어지럽혔던 이 질문은 이제 비슷한 질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대장동 프로젝트의 실제 주인은 누구일까요."

필자는 두 사건 모두, 실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면 주인이 1인이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휘자가 누구냐를 따지자면, 연주자가 누구인지도 국민에게는 알권리의 대상입니다. 그 곡은, 지휘자와 연주자가 함께 발표한 곡입니다. 사건이 커지고 나면 몇 명의 혹은 1인의 최종 책임자로 지명당하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 혹은 모종의 팀이 계산기를 두드릴 때에, 국민은 이념을 바라보고 선동 당했다는 점'

이것이 필자에게는 핵심으로 보입니다. 대선, 권력의 최정점에 이르는 자리를 둘러싼 그 중대사가, 모종의 팀에게는 프로젝트 혹은 도박판이고,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서, 가장 크게, 한 판 '땡겨' 쓸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돈주머니를 털어내는 행사인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점에, 국민들은 현재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조차, 나라가 어찌될 것인가, 어떤 이념이, 어떤 '방향'이 나라를 살릴 것이며,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도살꾼의 연장 앞에서, 그간 먹이를 주고 받아먹으며 쌓아온 정을 눈망울로 표현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는 계산기가 필요합니다. 지난 정권, 현 정권에서, 내 주머니에, 내 가정에, 내가 속한 집단에게 돌려준 이익이 얼마인지를, 금전의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는 계산기가 필요합니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이익, 그 돈이 얼마인지가 모종의 팀원들에게는 이념을 지지할 명분이요, 특정 인물을 대선후보로 밀어줄 명분이 되어주는 사이에, 국민들은 무려, '나라의 존망'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혹은, 썩어빠진 무리들을 몰아내고 정상적인 나라를 회복하는, '정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중입니다.

맑은 눈망울을 해봤자 도살꾼이 목을 치는 줄도 모르는 소처럼.

잊지 마십시오. 어떤 대선후보도, 혹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후보도, 나 개인의 이익을 얼마큼 보전해줬는지, 늘려줬는지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준을 들이대야, 저들이 연봉을 받아간 뒤, 성과 내는 일을 안하는, 그 무한사기극을 끝낼 수가 있습니다. 

저번엔 보수였으니 이번엔 진보편에서 뽑아야 균형이 유지되지 않겠냐 하는 기준을 들이대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필자도 익숙하게 겪어 알고 있습니다만, 실은 딱히 온도차이가 없는 불행의 평균값을 보수든 진보든 유지해온 것이 국민의 현실입니다. 그래도 과거 정권처럼 사람을 잡아다 고문하고 죽이는 일은 없지 않느냐, 이런 항변을 하시는 분들 많이 보입니다만,  '국민을 살육하는 기술만 고상해졌을 뿐' 결과는 같습니다. 

언제는, 여성인권을 보장하는 페미니즘 정권이었겠습니다만, 여성들의 사망률, 그것도 맞아죽거나 자살하는 사망률이 딱히 그 페미니즘 정권 안에서 구원받은 적은 없습니다. 그냥, 광고 문구에 불과한 몇몇 가지 단어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보수, 진보, 여성인권, 약자보호, 노동자보호, 적폐청산. 이런 것들입니다. 그저 음절이요, 소리요, 글자입니다. 이런 광고문구들이 대상자들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 한, 모두 가짜입니다. 

잊지 마십시오.국민들이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며, 선동당할 때. 돈을 쓸어담는, 계산기를 쥔 무리들이 득세합니다.  분노라는 에너지, 뭔가 바뀔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이라는 에너지, 이 에너지는. 오늘 살아갈 각자의 양식으로, 아껴두십시오. 

저 위에 서서 판을 벌인 자들은 국민들의 평균인격을 가진, 평균의 인간들입니다. 정의, 구국, 민주, 국민. 이런 것들에게 투신할 숭고한 영혼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팀을 이루고 있고 이익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벌여, 국고를 사고로 옮겨갈 준비가 된 자들이 대선을 드라이브 하는 중입니다. 

오늘의 현실, 이익, 입장. 그것을 국민들 개인의 자리에서 이탈해서 보시면 그것은 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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