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학생,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4종목서 금·은메달

"시력을 잃고 걷기도 불편했던 제가 뛸 수 있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 ​​가이드 러너와 김민기 선수 육상트랙 종목 출전 모습​​
▲ ​​가이드 러너와 김민기 선수 육상트랙 종목 출전 모습​​

한남대 김민기 학생(27·철학상담전공 4년)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종목에 대전시 대표로 출전해 각종 메달을 석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0월 20~25일까지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종목에 참가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100m, 200m, 4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하며 4개의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다. 평균 이상의 시력을 지녔었지만, 대학을 입학하던 2015년부터 왼쪽 눈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오른쪽 눈까지 시력을 잃으면서 그해 말 전맹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런 실명은 젊은 그에게 절망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했던 아들이 시력을 잃게 되자 부모님도 너무 놀라고 힘들어하셨죠. 저는 극단적인 선택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김 씨와 육상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장애인재활센터의 커피바리스타 수업에서 만난 맹학교 교사가 대전장애인체육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고, 김씨는 장애인 운동 동호회로 생각하고 가입했다.

어린 시절 야구 등 운동을 좋아했던 만큼 육상트랙은 낯설기는 했지만, 차츰 적응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T11) 등급 트랙경기는 안대를 착용하고 가이드 러너와 함께 달리는 경기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보다 앞서 달릴 수 없고, 끈을 사용해 0.5m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게 된다.

김민기 씨는 "처음에는 가이드 러너와 발을 맞추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시력을 잃은 이후에는 10초도 달려 본 적이 없었지만, 오랜 시간 훈련하면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학과 교수님들과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셔서 늘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한영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