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김장은 ‘겨울철의 반 양식’이라고 할 정도로 김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연례행사이다. “시월은 초겨울이라 입동·소설 절기로다. … 무·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란 구절이 조선 말기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나올 정도로 예로부터 김장은 가정의 중요한 행사였다. 입동(立冬·11월 7일)은 겨울의 문턱이다. “입동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처럼 과거부터 입동은 김장하는 기준인가 보다.

예전에는 겨울철에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없는 계절이기에 김장은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다. 요즘에도 과거보다는 덜해도 김치는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김장은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가 양념·젓갈에 버무린 뒤 발효되면서 유해균은 제거되고 장(腸)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이 생성된다. 김치에는 다른 나라 침채류보다 유산균이 훨씬 많이 들어 있는 웰빙식품이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웰빙 음식 김치는 비타민(B1, B2, C 등)과 무기질(칼륨, 칼슘 등)이 풍부하고, 소화를 도우며 암 예방에 유익하다고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필자의 집에서도 몇 달 전부터 김장 준비에 분주하다. 미리 절임배추를 주문하고 젓갈을 사고, 며칠 전부터 마늘을 까놓고(깐마늘을 사면 손쉽겠지만)임박해서는 갓, 총각무, 생강, 굴 등을 준비한다.

육거리종합시장에 가니 김장시장도 열리고 제철인가 보다. 공영주차장에 가려니 입구가 혼잡하여 한참 기다려서 겨우 진입하여 어렵게 주차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 가면 주차도 편리하고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겠다는 유혹도 떨칠 수 없다. 큰 상점에서도 샀지만, 주차권도 얻을 수 없는 노점에서도 샀다. 길가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주차장에서 나오려니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주차권이 한 장 부족하였다. 노점에서 사서 못 받았지만, 어느 가게에서 좀 많이 샀는데도 한 장밖에 못 받은 탓이다. 할 수 없이 현금으로 부족한 주차비를 주고 나오니 씁쓸하다. 전통시장의 좋은 점은 훈훈한 분위기와 인정에 끌려 찾기 마련인데, 물건값에 비해 주차권도 너무 야박하게 준 그 상점 때문에 육거리시장 전체 호감마저 떨어뜨렸다. 오죽하면 주차관리원도 “삼만 원 이상이면 두 장은 줄 텐데요.” 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네 두 식구만 먹는다면 김장을 조금만 담가도 되겠지만, 몇 분에게 좀 드리고, 아들네 집에 보내자면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배추를 사다가 전날부터 절여서 담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절임배추를 주문하여 김장하여도 녹록지는 않다. 그래도 기운을 낸다. 겨우내 아니 그 후에 먹어도 김치냉장고 덕분에 아삭아삭한 맛있는 김장김치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으니…….

김장하는 날 필자도 할 일이 많다. 아침부터 고향에 가서 주문한 절임배추를 실어 오고, 동분서주하는 아내를 도와주고……. 이럴 때는 자녀들이 함께 만나 김장하고 갖고 가면 좋겠지만, 원거리와 코로나19 때문에 모이기 힘들다. 할 수 없이 품앗이처럼 이웃사촌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웃의 정이 새삼 고맙다. 김장은 대개 혼자 하지 않고 여럿이 협업한다. 유네스코가 2013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김치가 아니라 김장문화다.

올해는 가을장마 때문인지 배추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오랫동안 땀 흘려 정성껏 가꾼 배추가 수확기에 탈이 나 배추도 절임배추 값도 비싸졌다니 안타깝다. 갈수록 이상기후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흔히 하늘을 원망하지만, 환경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책임일 것이다.

김장하자마자 택배로 부치려니 평일에 해야 한다. 직접 싣고 가고 싶어도 쉽지 않다. 택배를 부치면서 김치를 맛있게 먹을 아들 내외와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