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장연덕 칼럼니스트

군림하지 않고 종이 되는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표현만 다르지, 모든 대선후보들이 국민들을 설득할 때, 평범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며 비슷한 눈높이를 강조합니다.

국민들은, 입법 사법 행정부를 모두 신뢰하지 않게 된 지가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만, 어떤 의미에서의 자세를 새로이 꺼내시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계각층의 ‘표가 될 법한’자리에 가서 입장과 결백을 표명하시기 바쁜 분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던가 봅니다. 무한 반복되는 같은 드라마를 같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보는 국민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잘할지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입장을” 물리적으로 보여주실 때가 아닌가 합니다.

얼마 전에도 공군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성범죄로 인한 자살이었다고 지금까지 보도되고 있는데, 고질적인 군내 성범죄로 인한 자살사건이 왜 멈추지 않는 것인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지금의 대통령이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위정자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만 뻔뻔하게 들고 일어나실 분들 덕분에, 필자는 계속 위정자들이라고 이름을 붙이고자 합니다, 이 위정자들이, 움직이는 권력의 향방에 따라 모든 입장과 처신을 달리한다는 것을,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후보들에게, 벌써부터 요구하는 바가 많은 것입니다. 마치, 난파선의 쥐같은 민첩함과 본능만 남은 저 위정자들을 움직일 대선후보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다음정권이 아니라, 지금 오늘, 이 순간. 바로 공군성범죄의 현장에 가주십시오.”

내일 살려준다고 하지 마시고, 오늘 죽은 사람의 곁에 가서 지켜주십시오. 오늘 이순간 죽어가는 국민, 이미 죽은 국민은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 자리는, 모종의 이익을 돌려주겠노라, 설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말과 행위가 일치되는, 더 이상 핑크빛 미래를 말하며 공수표를 날리는 대선의 행보를 멈출 수 있는 복된 자리입니다.

과거청산을 할 수 있는 권력은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난파선의 쥐떼같은, 각 부의 위정자들의 담합과 거래를 막는 움직이지 않는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후보들이 이 한 가지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익이 되지 않는 자리, 그러나 가장 슬프고 무력한 국민의 자리에’ 지금 가 주시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런 바보의 결정을, 경제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려주시고, 그것이 전통이 되어준다면, 공군을 성추행한 사람과, 그 사람을 감싼 사람과, 멍청한 판결을 내릴 사람들이. 위정자들의 향방에 입맞추고 발맞추어 적당히 거래를 한 뒤 면피하는 쥐구멍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가해자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국민을 상하게 하는 일, 그 모든 일들에 있어 가해자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일들은 계속 일어났던 일이고, 진행순서는 언제 어디서나 같았습니다.

저지르는 놈과, 가려주는 놈,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놈들의 한 판 잔칫상에 오가는 모든 이익들이 만들어내는 전통입니다.

광주사태(필자는 대학살이라고 부릅니다만), 세월호 사태, 형제복지원 사건, 이 모든 굵직한 사건들이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들의 끝에는, 그 일을 덮는 대가를 받아간 상놈들의 잔칫상이 있었습니다.

그 잔칫상을, 최고 권력자가 비호하는 이 구조를. 결국 비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국민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권력을 향해가는 이들은, 추종하는 세력이 필요하고, 그 세력은 이런 저런 담합을 미리 유지해온 자들입니다. 이런 크고 작은 단위체들이 전통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고, 희롱하고, 추행하고, 남의 자식들을 묻어 없애며 자기 자식 밥상을 만들어온 것입니다.

말갛고. 말랑말랑하고. 하얗고, 어린. 생목숨같은 자식을 버석거리는 땅에 묻은 부모가 울고 있는 자리에, 지금 가 주십시오.

권력은 그런 것입니다. 가장 약하고 무력하고 억울한 자들이 아무 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이 권력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다른 전통을 만들어주십시오. 어차피,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나라의 녹을 받기로 약속된 저 상놈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전통에 익숙해져있고 다음 정권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줄을 어디에 서야 하나 몸 사리며 시간 끄는 일에 도가 튼 상놈들입니다. 저들에게는, 황제가 되셔야 합니다.

군내 성범죄 가해자와 그 협조자들을 발본색원하시고, 모든 연금과 퇴직금을 몰수하시며, 신상을 공개해주시고, 재판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주시며, 향후에는 모든 성범죄 관련 신고가 실시간 국민모두에게 공개되도록 청와대 앞 전광판에 각 군별로 숫자를 발표해 주십시오.

나라 지키는 자가, 나라 지키는 자를 고깃덩이로 취급하고 땅에 묻는 일. 오늘 바로 잡아주십시오. 내년이 아니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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