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인류 문명이 지구상 모든 것을 연결 짓고 나서, 이토록 이동을 멈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토록 빠르게 한 나라의 브랜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적은 더욱 없었다.

팝송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적으며 외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외국인들이 한글 가사를 거꾸로 자신들의 언어로 적는 지금을 상상할 수 없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BTS는 한글로 노래를 부르고,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의 노래가 순위에 오르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영화 기생충은 유럽의 칸 영화제에 이어, 92년 미국 아카데미의 역사를 바꾸었으며, 배우 윤여정은 올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국 BBC가 21세기 떠오르는 문화강국으로 한국을 소개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급기야 한국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구의 이동이 멈춘 지난 2년간, 한국은 더욱 빠른 스피드와 변화를 무기로 지구촌 미디어를 뒤엎어 버렸다. 북한 핵이 아닌 한국發 문화 콘텐츠 이슈가 전 세계 뉴스를 장식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봄은 기다림을 몰라서/눈치 없이 와 버렸어/발자국이 지워진 거리/여기 넘어져 있는 나/혼자 가네 시간이/미안해 말도 없이"

방탄소년단(BTS) 노래 'Life Goes On'에 나오는 가사인데 눈길이 많이 가서 자주 듣는다. 기존의 틀에 머물렀다면, 지구에 감성 충격을 주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한국에서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멤버들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장도 따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상 가장 유명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7명 중 6명은 50대 이상 세대가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의 대학을 졸업했고, 일부는 재학 중이다. 대학 캠퍼스가 따로 없고,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며 학위를 받는 '사이버대학교'이다. 한국은 20년 사이버대학 역사를 가진 원격학습의 강국이기도 하다.

미래교육의 흐름은 분명하다. 20세기 '똑똑한 뇌'를 만들고자 했던 교육의 방향이 21세기 '좋은 뇌'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량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역에까지 주목하고 있는 이때, 지구와 인류사회에 공헌할 한국적 자산의 뿌리는 과연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공존할 인류 첫 세대'라는 지구촌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역량이란 무엇일까. 지금 인류사회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 혹은 방법'이라는 '교육(Education)'이란 기제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민족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은 위대한 창조성을 가진 인간 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하늘·땅·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天地人)' 정신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철학이 본래 우리에게 있었음을 의미한다. 계발이 아닌 회복하면 되는 것이다.

20세기 한국은 누군가를 따라가는 나라였지만, 21세기 한국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가야 하는 나라이다. 창의성의 상징이라는 문제해결력을 높이려면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만들라고 했다.

'틀은 깨뜨리고, 가치는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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