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아쉬운 심정으로 11월을 보내고 12월을 맞이한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외롭고 썰렁하다. 올해 마지막 달을 맞으니 세월이 쏜살같음을 거듭 체감한다. 포근하던 날씨도 아침에는 영하로 떨어지니 너도나도 월동준비에 분주하다.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고 더 좋아지기는커녕 확진자가 급증하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생겨 자나 깨나 걱정이다. 필자도 백신 접종을 이미 2차까지 받았지만, 약 3주 후에 추가 접종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화상수업 등을 강화하면 현명할 것 같은데 여러 상황으로 부득이한 조치였을 것이다. 국가나 개인적으로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란 말을 거듭 통감한다.

엊그제까지 집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눈코는 사람의 눈[目], 코[鼻]가 아니고 그물 따위에서 쓰는 말이다. 옥상 방수와 건물 도색과 담장을 보수하고 페인트칠을 하였다. 하늘 높고 포근하여 공사하는 데 더없이 좋았던 가을날은 그냥 흘려보낸 것이 안타깝다.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가 좀 덜할 때 하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때, 어느 분이 하겠다고 나서기에 믿고 맡겼다. 요구 금액보다 조금 더 주겠다니 아무 걱정 말라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함께 가서 공사 재료를 사 온 후 건물부터 할 줄 알았더니 담장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닌가. 담장은 비가 와도 좀 추워져도 할 수 있으니 건물을 먼저 하자고 해도 고집을 부려 끌탕하게 했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것 같았지만 전문가란 말을 듣고 지켜보았다.

며칠간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는 못 하겠다고 하여 황당하였다. 매사 사람을 잘 만나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할 수 없이 수소문 끝에 지인의 소개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곧 시작하자고 하니 하던 공사를 마치고서 하겠다고 하였다. 그 무렵에는 날씨가 무척 좋았는데 며칠 사이에 야속할 정도로 급변하였다. 바짝 마를만하면 비가 오고, 기온이 급속히 영하로 떨어지고……. ‘애간장을 태운다’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애간장’이란 뱃속의 내장기관 가운데 애(창자)와 간장(간)을 합친 말이고, ‘애간장을 태우다’는 ‘몹시 초조하거나 안타까워서 속을 태우는 것’을 의미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비가 내린 후 며칠 동안 날씨가 좋아, 11월을 이틀 남기고 그것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기 전전날에야 우여곡절 끝에 필자도 청소 등을 도와주며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그때 만약 못 했더라면, 마치기 전에 눈비라도 내렸다면…….’ 상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하고,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하던 사람과 나중에 한 사람은 일하는 방식과 기술이 현저하게 달랐고, 나중에 한 사람은 중복되는 일을 하는 것도 많아 시간과 금전적 낭비도 많아 너무 속상했다. 사다리차도 이용했는데, “처음부터 제가 했으면 사다리차를 안 쓰고도 충분해요. 고층 건물에서 줄타기도 하며 도색하는 기술자이거든요.”란 말까지 들었으니…….

우리가 살아가며 좋은 사람과 때를 잘 만나는 행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무슨 일이든지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제일 중요하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누구나 자신 없는 것은 너무 큰소리치며 장담해서도 안 되고, 상대방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겠다. 겨울의 문턱에서 때로는 밤잠도 못 이루며 애간장을 태우는 혹독한 시련 끝에 교훈을 얻었다는 것으로 위안해본다. 국가나 개인이나 치밀한 계획으로 미리미리 대비하고 강한 힘을 길러,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추워져도 아무 걱정 없도록 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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