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거나 새롭게 생겨난다. 그리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인 신조어(新造語)의 생성(生成)도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개념(槪念)이나 대상(對象)이 생기면, 이를 나타내는 말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등장하는 새로운 언어는 정보화 이전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이를 가속화 시킨 대표적 매체가 바로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조어가 만들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새로운 매체에 접근이 손 쉬워, 인터넷과 SNS 등으로 빠르고 편하게 소통한다. 아울러 언어의 유희적(遊戲的)· 친교적(親交的) 표현에 의해, 자신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리하여 신조어가 범람(氾濫)하고, 표현 방식도 예전과는 아주 달라진다.

아무튼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 등으로 일반어의 줄임말이나 외국어 또는 혼종어(混種語)의 형태로 다양한 신조어를 생산 한다.

그 예를 들어보자.

1. 일취월장: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니야’의 줄임말이다. (본래 사자성어 ‘일취월장(日就月將)’의 의미를 장난 식으로 바꿔 표현함)

2.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사자성어를 ‘고용해 주셔서 감사 한데 집에 갈래’라 한다. 여기엔 취업하려던 기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 민 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회사는 가야겠고 출근하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3. 결송합니다: ‘결혼해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코로나 19’ 시대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하객(賀客)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기 위함이다 .

4. Hangry: ‘배가 너무 고파서 화가 난 상태’를 의미하며, Hungry(배고픈)와 Angry (화가 난)의 합성어이다.

5. 돼지런하다: ‘먹을 때만 부지런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돼지’와 ‘부지런하다’를 합성시켰다.

6. 티슈인맥: ‘한번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필요할 땐 관계를 맺고 필요 없으면 미련 없이 버리는 일회성(一回性) 관계를 말한다.

7. 집태기: 집과 권태기(倦怠期)의 합성어로, ‘코로나로 집에만 머무르는데 대한 넌더리’를 의미한다.

8. 이생망: ‘이번 생(生)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다.

9. 낄끼빠빠: 이 역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줄임말이다.

10.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를 줄여서 그렇게 표현한다.

이와 같이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재미삼아 쓰던 단계를 넘어, 모든 문장에 줄임말을 섞어 쓰다시피 한다.

하긴 이러한 신조어들은 재미도 있다. 하지만 생뚱맞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모름지기 언어는 그 시대적 상황(狀況)을 민감하게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신조어를 보수적(保守的)으로 거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신조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우리말 훼손이 우려된다. 더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중매체는 유해(有害)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 청소년과 어린이의 언어생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언어의 유희(遊戲)로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세대들과의 소통(疏通)이 단절될 수 있다.

그러기에 재미를 위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모국어인 한국어의 근간(根幹)이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에 국가와 사회적으로 신조어 사용을 줄이고, 우리말과 표준어 사용을 늘림으로써 세대 간의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方案)을 찾아야 한다.

언어는 마음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정해 놓은 아주 정교(精巧)한 규칙이므로 이를 바르게 지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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