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 얼핏 반항적인 듯 들리나 구수한 가수 전인권이 어머니 장송(葬送)을 겪은 뒤 우울함을 이기려고 쓴 불후의 노랫말로 알려진 '사랑한 후에'다. 그 목소리에 실으면 여느 해 같지 않은 2021, 뒤돌아보니 '설마 그럴 줄 모른' 해를 살았다. 속절없는 명제들도 질곡을 찾느라  놓진 게 많아 허전하다. 

◇민주주의 꽃?

코로나에 서서히 얽히기 시작한 지 2년, 금방 잡힐 것으로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세계를 묶어 놨다. '마스크, 입 다물어, 집콕'에서 '3차 접종'을 보태도 예측과 불가측을 헤맨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듯 애먼 혐오가 흥행 하는 동안 고실업 저성장, 양극화로 국가재난금지원·수퍼 추경을 퍼부었지만 경화직전 민생은 버틸 힘마저 바닥났다.

일상회복을 장담하던 관리들 통절한 반성문 갖고 모자랄 터, 정치 경제 법조인 브로커는 뒤엉켜 잡고 먹히는 걸 팽개친 채 감쪽같이 한 젖꼭지를 빨았다. '묘서동처((猫鼠同處: 관리·감독·범죄자가 결탁해 함께 저지른 비위)'로 뭉칫돈 호황을 누렸다. 링에서 못 내려올 만큼 망신창이 되고도 법꾸라지다운 고약한 포스, 헤칠수록 참 용타 싶다.

내년 3월 '청와대 행' 대선열차 역시 혼란스럽다. 국가 비전·국정 설계도는 뒷전인 채 대선 백넘버 1·2번끼리 마치 점당 50조 100조원짜리 코로나 도박판을 연상케 한다. 판돈(밑밥)이 자꾸 불어나는 건 아닐지 '밑장빼기 속임수로 팔목 잘린' 영화 '타짜'닮을까 섬뜩하다. '싹 쓰리' 당할 경우 쪽박 차지 말란 법 없다. 노상, 후보자 (본인, 가족 포함)의 신상 털기와  엉거주춤한 사과다. 여북하여 항간에선 '구원 투수 몸 푸는 중…' 터무니없는 조롱으로 각을 세워 사회 갈등과 분노지수를 상승시킬까. 대체 어르고 뺨치는 이런 비호감 선거더러 누가 '민주주의 꽃'이라 했나.

◇우리가 누군가

깡그리 어두운 건 아니다. 선진국 대부분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 추세 속 한국무역은 놀라웠다. 18개월 연속호조로 세계기록 8위를 따냈다.(산업통상자원부 2021.10. 수출입동향 자료)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과 신성장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고루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벽을 뚫었다는 '누리호' 감동 역시 대단했다. 비록 '괘도진입 실패' 아쉬움은 있지만 2013년 나로호 때와 달리 설계, 제작, 시험, 발사의 모든 과정을 우리 독자 기술로 세계 10번째 자력위성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음원차트 전설을 쓴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한국 문화 콘텐츠가 지구촌 주역이 됐다. 이렇듯 역사는 쇠퇴·회한·재기·융성으로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연말엔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확진자 폭발에 세밑 덕담마저 '멍' 때린다. 그렇듯 부쩍 차고 넘쳤거나 모질어 따져볼 게 많은 소띠 해 일기도 꾹 눌러 생각하면 걸출한 미래로 공존 번영을 웅비할 레시피였으니 송구영신(送舊迎新)이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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