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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근로자 채용절차를 진행하여 최종 합격 통지를 한 이후 해당 근로자가 입사하기 전에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내부적 상황 변화로 부득이 채용을 취소하는 것이겠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그저 황당하거나 미안한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매우 중대한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채용 합격 통지의 법률적 성질

- 최종 합격 통지 후 입사하기 전까지는 ‘채용내정’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 통지를 한 이후 아직 회사에 입사(출근)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채용내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채용내정 상태에 대해 아직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입사하기 전이니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 ‘채용내정’은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

계약의 성립은 청약과 승낙으로 이루어진다. 근로계약도 계약의 체결에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으로서 청약과 승낙으로 이루어진다. 사용자의 근로자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어 모집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전형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하면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나 출근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이다(서울고법 2000.04.28. 선고 99나41468 판결, 서울행법 2020.05.08. 선고 2019구합64167 판결 등).

◇ 채용내정과 임금지급의무

채용내정은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이지만 근로계약의 이행(근로의 제공과 이에 대한 임금의 지급)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이므로 채용내정 단계에서는 임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입사예정일이 경과하면 근로의 제공이 없더라도 회사의 임금지급의무는 발생한다. 입사예정일은 근로계약의 이행기일이 도래한 것이므로 회사 측의 사정에 의해 입사가 지연되는 상황이라면 회사 측의 귀책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그 대가인 임금은 지급해야 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 채용내정 취소 시 법률문제

- ‘채용내정’의 취소는 해고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

채용내정은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취소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근로계약의 이행(근로의 제공 및 임금지급)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해고보다는 정당성 판단기준이 완화되어 적용된다.

완화된 정당성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합격 결정을 번복하거나 합격 통지에 오류가 있었다거나 인력 충원계획이 변경되었다는 등의 이유는 정당한 이유라고 볼 수 없으며, 이렇게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채용내정의 취소는 부당해고가 되어 원직복직(입사)과 함께 취소 이후 복직될 때까지 기간에 대한 임금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

- ‘채용내정’의 취소가 정당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 발생

어떤 부문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진행하였는데 이후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당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러한 사정은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채용내정의 취소가 정당하다고 하여 회사가 아무런 법률상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는 당초 채용계획 과정에서부터 회사의 사업의 내용 및 규모, 그 진행 전망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합격 통보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 채용대상 부문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등의 사유로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경우 합격 근로자가 해당 회사에 정식채용될 것을 기대하여 다른 취업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서울지법 2003.08.27. 선고 2002나40400 판결).

- ‘채용내정’ 취소의 서면 통지 의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해고 처분 시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절차의 하자로 부당해고가 된다. 따라서, 채용내정의 취소도 반드시 취소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중노위 2019.07.03. 중앙2019부해476).

- ‘채용내정’ 취소 시 해고예고 및 해고예고수당 적용 여부

채용내정의 취소가 해고에 해당하므로 채용내정의 취소에도 30일 전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이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6조는 계속 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채용내정은 입사 전 단계이므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해고예고나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이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 최종 합격 통지 시 유의사항

- 인사권자(대표이사 등)의 최종 결재 확인 후 통지할 것

위와 같은 채용취소의 법률문제 발생을 방지하려면 최종 합격 통지 시 반드시 인사권자(대표이사 등)의 최종 결재를 확인하고 통지를 해야 할 것이다. 회사에서 그동안 채용절차를 진행할 때 중간관리자나 고위 임원의 의사결정이 있으면 거의 그대로 인사권자가 승인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인사권자의 의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조건부 합격 통지 시 반드시 조건을 명시할 것

졸업예정자의 졸업이나 건강검진 결과 업무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없을 것 등을 조건으로 채용을 한다면 이러한 조건을 채용공고나 1차 합격 통지 단계에서 서면, 문자 등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고, 만약 하지 못했다면 최종 합격 통지 시라도 반드시 해당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명시하지 않으면 조건이 없는 채용으로 간주되어 부당한 채용취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력>

▲ ▲  한정봉 공인노무사
▲  한정봉 공인노무사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전)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

㈜굿위드연구소 자문 노무사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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