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평] 김윤희 수필가 전 진천군의원

2022년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우리 민족에게 친근하면서도 믿음직한 영물로 인식돼 오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카톡’ ‘카톡’ 경쾌한 울림을 신호로 갖가지 호랑이 사진과 함께 새해 덕담이 쏟아져 들어온다. 전래동화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터에 은연중 올 한해 든든히 나를 지켜줄 것 같아 미소가 흐른다. 옛날 우리네 조상들이 부모상을 당하고 3년 시묘살이할 때면 종종 그 곁을 지켜주었다는 설화도 전해오지 않던가. 분명 산중 영웅임에 틀림이 없는 존재다. 왠지 올해는 그의 기상이 온 나라에 미치기를 기대해 보아도 좋을 성 싶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우리나라 지도 모양을 토끼에 빗대곤 했다. 순한 우리 민족성를 나타낸 것으로 알았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용맹한 호랑이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실제 하늘 향해 포효하고 일어서는 호랑이 형상에 더 가까운 듯 싶다. 강한 기상이 느껴진다.

크기로 말하면 지구상에서 겨우 손톱만 한 한반도를 열강들은 왜 그리 욕심을 내고 탐하려 했던가. 그로 인해 숱한 외침을 당하면서도 오천 년 역사를 굳세게 지켜왔다. 저력이다. 우리 민족의 내재 된 힘의 원천은 바로 이 땅이 품고 있는 기운일지도 모른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 단단히 뭉치는 힘, 그것도 민초들의 힘이 하나로 뭉칠 때 위기를 잘 극복해 온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는 터다.

전 세계적으로 급습한 코로나19는 몸을 비틀어 변이를 일으키면서 올해로 3년째 접어들며 함께 가자 한다. 그와 연하여 도미노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서로들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훌훌 털고 진천문학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충북의 작고 문인 15인이 미덥게 자리하고 있다. 가장 아픈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의지 굳게 자신을 던져 나라를 지켜낸 정신이 읽힌다.

맏형격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일생을 보면 눈물겹다. 1880년 충남 대덕에서 출생하여 청주 고드미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문인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인이요 역사학자로서 1936년 중국 여순감옥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다. 문과에 급제해 정언(正言)을 지낸 조부 신성우에게서 한학을 배워 10여 세에 ‘통감(通鑑)’과 ‘사서삼경’을 읽고 시문에 뛰어난 신동으로 성균관 박사에 올랐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며 한성순보 주필로 활동하다 정간되면서 베델이 운영하는 매일신보, 독립신문 등 언론을 통해 항일 운동을 전개한다. 1910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신민회, 권업신문 주필을 하면서 온전히 독립운동에 전념하며 독사신론(讀史新論), 조선상고사, 조선사 연구, 을지문덕전, 이순신전, 최도통전, 꿈하늘 등을 집필한다.

그의 삶에서 나라를 생각해 본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도록 한 것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중국에서 재혼한 부인 박자혜 여사 역시 남편과 독립운동의 공동체였다. 아기 나인으로 시작하여 간호사의 길을 걸으며 간우회를 조직하여 구국운동에 앞장선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다.

그들이 지켜온 나라, 포효하며 일어서는 대한민국, 이제 우리가 그들의 정신을 이어 지금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22년 임인년 새해, 삼가고 조심하며 올곧게 호랑이의 기운을 활용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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