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 순직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대형화재 발생 위험이 큰 공사장은 소방 관련 법령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화재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많다.

그리고 낙후된 소방 장비, 화재진압 매뉴얼, 소방관 근무환경 등 소방과 화재 예방 관련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할 것도 당부한다. 이번 평택 화재진압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고가 또 국민들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 화재 현장은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이었다. 이곳에서 스물여섯 살 새내기 소방관과 서른두 살의 예비 신랑, 28년 경력의 쉰한 살 베테랑 소방관이 화마와 싸우다 순직했다. 작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안타까운 소방관 순직사고 후 6개월 만이다.

이번 화재는 한밤중에 인부들이 바닥 타설과 미장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는 큰불이 잡혀 소방 대응 1단계를 해제하고 잔불을 정리하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잔불이 다시 살아나 불길이 커지면서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소방대원들의 출구를 막아 희생이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 역시 부주의가 겹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곳의 큰 화재 사고는 매우 흡사했다.

소방 지휘부에서는 그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반복했으나 소방관의 희생은 막아내지 못했다. 땜질식 대응에 앞서 소방관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큰일이 일어날 때마다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은 정치권에서 관심사였으나 돌아온 것은 소방관의 희생뿐이었다. 정치권과 정부는 유가족들에게 사죄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길 당부한다.

얼마 전 쿠팡 화재로 소방관들이 순직한 사고 이후, 어떠한 대책을 마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되는 일로 귀중한 동료를 또 잃었다. 동료들은 화재 현장에서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가?

소방관들은 무리한 화재진압이 야속하다고 투정했다. 이제라도 동료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대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맞춰 재난 현장에서도 체계적인 대응으로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는 없도록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재진압 매뉴얼을 변화하는 시대와 재난 현장의 상황에 맞게 개정해 화재진압 로봇이나 웨어러블 로봇 등의 첨단 소방 장비를 조속히 도입해 국민의 안전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의식 미흡 때문에 목숨을 잃은 소방관은 지난 10년간 49명이나 됐다. 반복되는 소방관의 순직을 막으려면 화재 안전 감시체계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소방의 현실은 아직 부족함이 많다. 2017년 7월에 소방 조직이 '독립청'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2019년 1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외국의 선진 소방에 비하면 여전히 개선하고 노력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근무 체제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3조 1교대 근무 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소방인력은 2020년 기준 4천482명의 신규 채용, 그리고 2021년 7천여 명의 추가 충원이 이루어졌지만, 소방관들의 숙원인 근무 비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물류창고 큰 화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했다. 잊을만하면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화재 예방에 필요하다면 관련 법규와 제도도 서둘러 손보기 바란다. 안전에는 한치의 사각지대도 없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산재가 발생하면 고용주 등이 처벌받도록 했다.

하지만 화재진압 중에 소방관이 희생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을 것인가 궁금하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원인과 진화 매뉴얼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선 두 번의 대형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지난해 9월 ‘물류센터 화재 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공수표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물류창고와 냉동창고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소방관들의 인명 피해가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인명과 재산을 잃고 구조에 나선 소방관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후진적 화재진압 사고를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지 또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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