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여전히 식지 않는 입시경쟁은 한국 사회에서 학벌(學閥) 효과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학벌 효과는 사회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부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대학의 순위대로 정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일종의 주술(呪術)과도 같다. 자식의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일류대학의 학과에 합격하기만을 비는 것은 부모들의 당연한 책무처럼 되었다. 이와 같은 풍조는 바야흐로 지방 사립대학들을 괴멸시키기 시작했다.

2020년도 이후 수험생 숫자가 부족해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경쟁은 지방 사립대학을 회피하는 게임으로 발전했다. 대학 졸업 후 졸업장이 쓸모없게 되거나 재학 중에라도 없어질지 모르는 학과나 대학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한 대학 선택의 과제가 되고 있다. 지방의 대학교육 시장이 붕괴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고만으로 무한정 대학설립 인가를 내준 교육당국을 이제 와서 탓할 수도 없다. 잘못된 정부정책의 피해자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 사회의 역사요 현실이다.

대학교육 시장에서도 지방 사립대학들은 확실히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최근 수험생 부족사태 속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2022년 입시를 마쳐가는 현 시점에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지방에 위치한 사립대학들이다. 특히 사립 전문대학들은 학생 모집이 50% 내외밖에 안 되어 초토화되고 있다. 대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직원 급여부터 삭감해야 하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리 없다. 1년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에서부터 고졸 직장인에게는 온라인 강의를 통한 무조건 졸업조건으로 모집을 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이다.

대학교육은 학생 개인적로나 사회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특히 한국의 학부모들은 지금 당장 큰돈이 들어가더라도 자식의 미래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희생을 감수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교육투자방식이며 동시에 문화이다. 미래에 부와 권력을 보장받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데 당장의 장학금이나 온라인 강의에 혹해서 대학에 진학할 학생은 거의 없다. 요즘 나이어린 젊은이들은 이재에 더 밝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기성세대들은 모르는가? 스마트폰 하나로 코인에 투자하거나 소위 ‘영끌’을 통한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 줄 아는 세대이다.

한때 지방대학들은 정부에서 내거는 국책사업에 목을 매고 대든 적이 있다. 이름도 해괴한 각종 국책사업에 선정된 대학이라는 내용으로 홍보도 참 많이 했다. 여기에 현혹되어 지방 사립대학에 진학하여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들은 지금 크게 후회들을 한다고 한다. 부모님 돈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수도권 사립대학에 합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사립대학에 진학한 것이 결국 출세하는데 지장이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을 회피하기 위해 벌어지는 작금의 왜곡된 입시경쟁 역시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대학의 서열구조와 한국에서는 속칭 일류대학을 반드시 가야만 성공이 보장된다는 가치와 신념 때문이다. 수험생 숫자가 30만 명대가 되는 2023학년도 입시부터는 ‘학벌’을 획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과 학과에만 학생들이 입학원서를 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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