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포퓰리즘(populism)은 ‘대중(大衆)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代辨)하고자 하는 정치사상 및 활동’을 가리킨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이를 토대로 자신의 의사를 대중에게 호소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 맥(脈)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정치인 등 사회 엘리트 계층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고, 대중의 환심(歡心)을 사기위해 감성(感性)에 호소하여,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도모하려 한다.

때문에 포퓰리즘을 ‘일반 대중의 인기만 쫓는 대중영합주의(大衆迎合主義)’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를 두고 미국의 얀 베르너 뮐러(Jan Werner Mueller) 프린스턴 대학교수는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는 타락한 민주주의’라고 규정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포퓰리즘이 본래적 의미를 벗어나 비민주적 형태로 변질되어, 나라를 무너뜨린 나라들이 있다. 바로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이다.

그리스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 국가 가운에 재정이 튼튼한 나라였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부터이다. 사회당은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던 이전 정권과 달리, 퍼주기 복지(福祉)에 몰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공무원 증원, 노동자 해고 제한 등의 정책을 펼쳤다. 이로써 국가부채비율은 1993년엔 무려 100%를 넘어섰다. 그 결과 경제가 파탄 나고, 2010년 IMF와 유럽연합(EU)에 구제 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다음으로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만 해도 경제 선진국이었다. 그러던 나라가 페론 대통령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변곡점(變曲點)을 맞았다. 1946년 집권한 페론 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라는 기조 아래, 무상복지 확대와 과도한 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 재정이 고갈(枯渴)나고 말았다. 그 이후의 권력자들도 이른바 페론주의(peronism)를 답습(踏襲)함으로써, 여러 차례 경제 위기에 처했다. 그리하여 2019년까지 국가 부도와 IMF 구제 금융신청을 여러 차례나 했다.

한 때 부유한 나라였던 석유 부국(富國) 베네수엘라 역시 우고 차베스와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집권하면서, 초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생산성 증가가 뒷받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빈곤층에 대한 현금 지급 등과 같이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탓이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최빈국(最貧國)으로 전락하여, 국민 4명 중 3명은 최악의 극빈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흔히 표퓰리즘 하면 우리의 현실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기에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 불문율(不文律)처럼 여겨졌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40%는, 용도 폐기된 지 오래다. 한국의 국가채무(DI기준)는 올해 무려 100조 원을 넘는다. 여기에 공기업과 연금 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D4)는 총 2000조 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의 국가 부채 비율 증가폭이 1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7개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큰 편이다. 그러기에 부채비율이 올해 DI기준으로 50%선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나랏빚을 쌈짓돈처럼 쓰려 한다. 더 큰 문제는 유력 여야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면 수십조 원을 더 풀겠다고 공언(公言)한다.

앞으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고려로 재정확대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그 일환으로 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전문가 집단과 언론이 타당성을 분석하여, 유권자에게 공표(公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튼 포퓰리즘 때문에 무너진 나라들의 교훈을 우리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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