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코로나19로 가혹한 시기인데 설상가상으로 이번 겨울 강수량은 50년 만에 최저라고 한다. 건조경보 속에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울진, 삼척에서 산불 진화작업에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강릉시, 동해시에 피해를 준 산불이 발생했다.

강릉 옥계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 방화범이 잡혔는데, 동네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저질렀다고 한다. 주민들과 소통도 안 하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다고 하는데 정신 이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이러한 미친 행동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화가 난다고 강릉 산불의 방화범처럼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러도 될까. 세계적인 불교지도자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감명 깊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우리의 마음은 밭이며 그 안에는 긍정의 씨앗과 부정의 씨앗이 있으며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라 했고, 이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anger)라고 했다. 화를 해독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때로는 화를 너무 참아서 병을 얻고,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폭력으로 변한다. 그렇게 자신과 남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화다.

요즘 사람들이 참기 어려워하는 분노와 화에 관한 월호 스님의 말씀도 가슴에 와닿는다.

“화는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업(業)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화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도적을 잡으려면 도적의 정체를 알아야 하듯, 화를 다스리려면 화의 정체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화는 실체가 없습니다. 작용만 있을 뿐! 마음 따라 일어났다 마음 따라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켜보면 곧 사라집니다.”

‘화는 왜 나는가?’ 고심해보니, 화는 ‘자기 욕심대로 안 되기에 일어나는 불같은 마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 불같은 화는 자신도 태우고 남도 태워 버린다는 말도 경종을 울려준다. “화 한번 내면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분노는 그간 쌓은 공덕을 일순간에 태워 버린다.”

탐진치(貪嗔痴)는 삼독심(三毒心)이라 하며 우리를 파멸과 불행으로 유혹한다. 독(毒)이라는 말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바로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로 이어지는 마음의 작용이다. 그중 겉으로 드러나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성냄이고, 속으로 숨어서 은근히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탐욕이고, 아주 깊은 곳에 숨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어리석음이라니…….

많은 사람이 버럭 화를 내고 바로 후회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조금만 더 참을 걸…’하면서 후회한다. 화를 내면 도움 되는 건 별로 없고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고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가 십상이다.

화를 참아도 해롭고 심지어 암까지 발병된다는 말도 두렵다. 그렇다고 화를 내버리면 시원하고 후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찜찜하고 서로 상처가 되고 마음이 무겁고 습관이 된다. 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마가 스님 말씀으로 배울 수 있어 기쁘다.

첫째, 알아차림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면 화는 사라진다. 둘째, 숨을 깊게 들어 마시고 내쉬어 본다. 숨이 들어올 때 어떻게 들어오는지 나갈 때 어떻게 나가는지 관찰한다. 셋째, 객관화 시켜 본다.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바라본다. 넷째,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섯째, 자비의 마음이다.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삶에 대해 배우고 있고 행복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이렇게 하면 내게 이로운가?’ 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화를 내는 순간 화내는 자신의 몸에 독소가 먼저 발생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이 나에게 화를 내더라도 상대방의 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대가 낸 화는 다시 그 사람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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