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나라 산림은 조선 시대 말의 임정 공백, 일제강점기는 임목 자원 수탈,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황폐해져 갔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치산녹화 사업을 통해 산림이 축적되면서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을 갖게 됐다. 

중요한 것은 이를 잘 보전하는 일이다. 선조들이 피땀으로 이룩한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강릉·동해 등지에서 발생한 봄 산불은 역대급으로 최악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이어서 피해가 대단했다. 산불이 발생한 곳은 산림을 완전히 복원하는 데는 100여 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산불이 일어나면 산의 경관을 망쳐 놓는 등 울창한 나무숲을 잿더미로 만든다. 요즘 산불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연중 예고 없이 발생하고 있어 산밑에 사는 산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산불이 났다 하면 대형화되어 더욱 불안하다. 특히 입산 금지 이후 밀림 지역으로 바뀐 산야는 가랑잎이 쌓이면서 인화 물질이 축적되고,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의 비율이 높은 숲의 구조로 인해서 산불 대응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산불이 타오르면서 바람까지 거세지면 연무 현상으로 소방헬기조차 떠다닐 수 없을 정도다. 산불이 자주 나는 봄철에는 제발 비를 내려 달라고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지난해는 전국에 총 349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총 764㏊의 산림이 소실됐다. 올해는 유독 수개월째 계속된 건조한 날씨로 인해 대형산불이 잦은 편이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입산자 실화, 소각산불 등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만큼 산불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은 봄철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집중 계도를 해야 한다. 봄철 소각에 의한 산불도 문제다. 산림 인접 거주민의 대부분은 개별 소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건강에도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산림청에서는 개별 소각으로 인한 산불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 중 하나로,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사업'을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소각산불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개별 소각이 편하므로 잘 지켜지질 않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부터는 온 산천을 태워버려도 해당 공직자가 처벌이 약해진 탓인지 산불 예방이 잘 안 되고 있다. 지자체의 무관심에서 삼천리 금수강산이 황폐화되어가고 있는데도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형산불 원인이 방화와 담뱃불 실화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불 범죄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산불 유발행위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현대식 산불 감시용 무인 카메라 설치와 드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또 산불 취약 시기, 입산 금지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런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더 이상의 대형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게 보다 철저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산불 방지 관련 조치의 수시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전 대책을 소홀히 취급하면 인재로 귀결됨을 명심해야 한다. 불가에서는 '조고각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발아래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 그러자면 자신을 낮추어야 하니 매사에 겸손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 앞에서 오늘 우리는 얼마나 겸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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