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10년 권세 없다’ 했던가. ‘민주당 20년 집권 장담’은 일부러 웃기려고 지어낸 말이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 5년 촛불을 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며 ‘공정·상식’ 이미지를 굳혀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유력-당선확실-당선확정’ 단막극을 봤다.

19대 전(前)·20대 현(現) 대통령으로 불릴 인간적 감회 “차갑게 널 떠나겠지만 날 사랑했던 그만큼만 사랑해…(‘떠나는 사람을 위해’:최재훈)” 이별가 치곤 왠지 오글거리는 레퍼토리 같아 다시 선곡 해야겠다. “사랑이 야속 하더라 가는 당신이 무정하더라. 잡지도 못하고 막지도 못하고 어쩔 수…(‘사랑이 야속 하더라’:하춘하)” ‘장기 집권’은 옛날얘기다. 문득 ‘돌리도’ (서지오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잘해 잘해 잘해 바라볼 때 잘해 너만 바라볼 때 잘해 잘해 잘해 있

을 때 잘해 옆에 있을 때…” ‘떼먹은 내 사랑 돌려 달라’는 슬퍼 못 견딜 0.73%, 어느 쪽이 더 시큰거릴까.

◇‘입보다 귀’

세상 참 젊어졌다. 대선 기간 중 눈길 끈 이벤트로 단연 ‘나는 국대다(국민의 힘 대변인이다)’를 꼽는다. 토론 배틀 최종 결승전은 TV드라마 예능까지 추월하며 ‘당(黨)의 입’을 공개경쟁으로 뽑았다. 당일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에 오를 만큼 역대 급 흥행이었다.

소낙비처럼 ‘줄 줄 줄 줄’ 민의(民意) 향방을 읊던 대표 콘텐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리더십이 떠올랐다. ‘남자들의 리그’로 인식되다시피 굳혀진 정치판을 16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중도우파인 그는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합의 도출에 이른다. ‘권력 과시나 말이 앞서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실용·합리적 스타일’, 당선자 이미지와 겹친다.

하기야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출범 3일 째,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물 보따리를 풀어 ‘일자리 정부’에 들떴고 정전 후 처음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번갈아 넘으면서 도보다리 친교 데이트를 성사시킨 평화구도도 비까번쩍했다. 그러나 올 들어 벌써 열차례 ‘미사일’ 발사 외 ‘남북 평화프로세스’ 반전은 전혀 없었다. 새 정부 인수위에 넘겨야할 제1과제 ‘입보다 귀가 먼저’일 듯싶다.

◇창조하는 정치를

대선 설거지가 거셀 전망이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평생 다시 안볼 원수처럼 서슬 퍼런 네거티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신기(神氣)라도 들린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미 단련된 터라 새삼스럽진 않으나 당선자와 차점자 ‘몇몇 의혹’은 희대 최고 대선 흠결로 남았다. 낙선했다고 올가미를 푼 게 아닌 것처럼 당선이 곧 면죄부도 아니다. 아무리 참신한 변화를 전제해 봤자 끼리끼리 과녁만 넓힐 경우 초심은 무디고 민심마저 떠난다.

정치는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공수가 바뀐 여소야대 국회, 노골적(너절한 감정+기선 제압) 기선제압 형세라서 새 정부 명제부터 불안 불안하다. 그럴수록 후보시절 유권자를 당긴 ‘공정과 상식’의 잣대 위에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통합·협치 해 가면서 대한민국 국운 상승으로 박동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