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최근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연구팀이 3차원 공간상에서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높은 정확도로 조종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Brain-Machine Interface System)을 개발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뇌 활동만으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로봇이나 기계가 대신 행동에 옮기는 이른바 BMI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뇌공학 분야 융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뇌를 의대 밖으로 처음 끄집어 낸 학과이다. 2007년 신입생을 처음 받기 시작했는데, 의대를 제외하고 뇌 관련 학과로서는 국내 최초였다. 당시 전산학과 교수였던 현 이광형 총장이 미래학문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2001년 바이오시스템학과로 출발한 학과이기도 하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다. 하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적 연구가 20세기말 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하고, 마음 기제의 총사령탑이 뇌에서 비롯됨을 밝혀지면서 의학, 공학, 심리학, 인지과학, 교육학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21세기 뇌융합 시대의 부상이다.

대한민국 뇌연구 마스터플랜인 ‘뇌연구촉진법’을 들여다보면 그 흐름이 보다 명확히 보인다. 뇌의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우리나라도 의료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뇌 연구를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 바로 1998년 제정된 ‘뇌연구촉진법’.

10년 주기로 발표되고 있는 뇌연구촉진법은 제1차 뇌연구촉진법(1998~2007), 제2차 뇌연구촉진법(2008~2017)에 이어, 2018년 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 ‘뇌연구혁신 2030’이 발표되었다.

뇌 연구는 인류의 미래에 가장 기대되는 분야로 뇌의 이해와 활용은 미래사회를 선도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혁신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 슬로건을 ‘뇌 이해 고도화와 뇌 활용의 시대 진입’으로 설정한 이유이다.

21세기 뇌융합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대학들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이화여대 학과 중 최고 경쟁률은 뇌인지학과로 9:1을 기록했다. 한양대는 2021학년도 심리뇌과학과를 신설했다. 대학원 과정으로 고려대 뇌공학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가 있다.

의대에서 다루던 뇌가 과학, 공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인지과학, 심리학, 교육학 등 뇌활용 영역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뇌질환을 연구하는 의학, 뇌의 기능과 구조, 특성을 밝히려는 뇌과학, 이를 산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뇌공학 등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스트레스와 감정충돌, 부정적 습관의 해소, 멘탈관리, 역량계발 등은 현대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공인한 두뇌훈련 분야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제도가 대표적이다. 브레인트레이너는 두뇌기능 및 두뇌 특성평가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대상자의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할 수 있는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필자가 교수로 있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는 브레인트레이너 시험과목을 정규커리큘럼으로 편성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BTS 모교로서 한류 대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뇌교육 학문화를 기반으로 생애주기별 뇌활용 전문인력 양성을 중점으로 한다. 유아 두뇌발달, 아동청소년 두뇌훈련, 성인 핵심역량계발, 중장년 치매예방을 전공 트랙으로, 교육과정도 삶의 실제적 변화에 초점을 둔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전 생애에 걸쳐 변화하는 고등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바야흐로 뇌에 대한 이해가 인간에 대한 변화를 이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뇌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우리를 포함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금세기 최고의 진보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 Leslie A. 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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