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당나라 대시인 이백의 고사에서 유래됐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백은 어렸을 때 산속에서 스승을 모시며 열심히 공부했다. 아버지는 이백에게 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산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공부에 싫증이 난 이백은 결국 산에서 내려왔다. 집으로 가던 길에 냇가에서 도끼를 갈고 있는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에게 "무엇을 하시냐"고 물어보니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백이 어처구니가 없어 하자 할머니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도끼가 바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백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닫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 학문에 매진했다. 그 후 이백은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며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 됐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적하는 바를 성취한다는 의미로 '초심불망'(初心不忘), 처음 초(初), 마음 심(心), 아닐 부(不), 잊을 망(忘), 이란 사자성어가 생겨났다. 같은 의미로 '마부작침(磨斧作針)' 갈 마(磨), 도끼 부(斧), 만들 작(作), 바늘 침(針). 초심을 잊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과도 의미가 상통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역대 '최소 표 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다. 그는 당선이 확정되자 '어퍼컷' 세러머니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수많은 난제로 어깨는 무겁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이다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여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이 중요해진다. 정상에 오르게 되면 교만과 오만에 빠져 욕심과 흑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망초발심'이라고 했다. 당선인에게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를 잊는 순간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통합이 급선무다. 따라서 윤  대통령 당선인의 할 일은 오로지 "통합, 통합, 통합"만이 절실하다. 통합은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묶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겐 마음이 있으니 그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통합이 가능하다.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던 춘추시대. 통합을 위한 공자의 처방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부동은 '같지 않다'라는 말이니 곧 '다르다'는 뜻이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다름을 이해한 바탕에서 하나로 화합하는 것이 화이부동이다.

화목을 위한 첫 단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투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르다’라고 써야 할 말을 ‘틀리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를 고려하면, 원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통합과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윤 당선인은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앞에는 코로나 위기 극복, 민생 회복, 국제질서의 급변에 대한 대응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난제들 또한 통합과 협치를 바탕으로 풀어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지혜를 활용하고 대통령은 이것을 하나로 묶고 앞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윤 당선인이 자신을 지지한 국민과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의 바람을 깊이 새겨 대한민국호를 순항시켜 나가길 바란다. 초심을 굽히지 않고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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