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마태복음 7장에는 인생의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예수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단단한 반석 위에 주추를 세우고 집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모래 위에 그대로 주추를 세우고 지붕을 올려 집을 세웠다.

두 집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큰 비와 바람이 불자 이 두 집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었다. 단단한 반석 위에 세운 집은 거센 비바람을 너끈히 견디어 냈지만 모래 위에 지은 집은 그대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해 약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지역은 거의 대부분의 땅이 흙으로 덮여 있다. 이 땅을 약간 파 내려가야 단단한 반석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집을 짓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우선은 반석이 있을 법한 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는 예상대로 반석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땅을 파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는 자신이 예상한대로 쉽게 반석을 찾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아무리 땅을 파도 반석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그는 이대로 모래 위에 그대로 집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택하여 다시 땅을 파서 반석을 찾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광야의 땅은 건기 때는 뜨거운 태양 빛에 마치 흙벽돌처럼 단단하게 굳는다. 그런데 우기 때가 되어 비가 내리면 이 단단했던 땅이 금세 무른 흙이 되어 주춧돌을 흔들고 그 위에 있는 기둥을 뒤틀어버려 집을 무너뜨린다.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집을 짓게 된다면 그는 건기 시기 단단한 땅의 상태를 보고서는 이를 오해해 그 위에 그대로 집을 지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본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도 처음부터 모래 위에 집을 지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땅을 파도 반석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때가 건기 때라면 그는 단단한 땅을 파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집을 짓기 위한 시간이나 물질의 제약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단단해 보이는 광야의 모래 위에 집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 사람의 결정이 가장 큰 후회를 남기는 때가 언제인가? 바로 큰 비와 바람이 몰려오는 위기의 순간이다. 평소 그는 멀쩡해 보이는 집을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나름 탁월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집의 보호가 필요한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면 이 위태로운 집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럼 끝까지 반석을 고집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역시도 단단한 반석을 발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수고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집은 평소에도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지만 특히나 거센 비바람이 몰려올 때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과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처음부터 계획이 달랐던 것이 아니다. 그 둘은 똑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집을 짓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와 어려움이 생기자 서로가 선택한 것이 달라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은 자신이 짓고자 했던 ‘집’에 대한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에게 있어 ‘집’이란 위기의 순간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오히려 문제와 위기의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문제와 위기의 상황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다.

문제를 만나지 않는 인생은 없다. 그럼 지금 우리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면서 이런 위기의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가? 그 대답 여하에 따라서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위기는 그대로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이 위기가 말 그대로 새로운 기회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삶의 문제가 왜 찾아왔는지를 따져 묻기 전에 나는 평소 그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잘 준비를 해 왔는지를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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