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이른바 '나이 듦'이란, 삶이 시작된 순간부터 지속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나이와 관련하여 최근 UN이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을 측정하여 생애주기(生涯週期)를 5단계로 나누어 발표하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0세~17세 '미성년자', 18세~65세 '청년', 66세~79세 '중년', 80세~99세 '노년', 100세 이후 '장수 노인' 등 모두 5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로써 인생의 '청년기'는 18세에서 60대 중반이며,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는  '중년기' 및 '노년기'로 규정한다. 특히 '중년기' 이후 '노년기(老年期)'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는 사회·문화적으로,  남은 여생(餘生)을 제대로 준비하고 정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생활에 가까운 '철학적 사유(哲學的 思惟)'가 필요하다. 철학적 사유는 본래 생활에 가까운 정신 작용으로, 현실에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Karl Jaspers)는 그의 저서 'PhilosophieⅠ,Ⅱ,Ⅲ'에서, '현실의 탐구(探究)는 내적(內的) 행위로서의 사유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라 했다. 흔히 사람들은 살면서, 주어진 틀로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러한 틀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현실 문제를 바르게 밝힐 수 없다. 오히려 '이성적(理性的) 존재'인 인간은, 현재의 삶에 회의(懷疑)하면서, 새롭게 가치와 의미 그리고 목적을 사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이 좀 더 존귀(尊貴)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려면, 보다 깊은 사유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철학적 사유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 날과 같이 가치관이 불확실한 혼돈(混沌)의 시대에는 행해져야 한다.

헤아려 보면, 노년은 계절적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때문에 지나간 날은 멀고 올 날은 짧다. 기세(氣勢)는 오르지 않고 빠르게 내려온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늙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늙음 역시 젊음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명력이 넘치는 봄·여름도, 언젠가는 가을 단풍이 되고 낙엽으로 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든다는 것, 노년이 된다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물(萬物)은 내적(內的) 변화를 통하여, 자연의 틀에서 나와 다시 자연의 틀로 돌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역시 자연에 순응(順應)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의미와 가치가 담긴 삶의 본질(本質)에 충실해야 한다. 사람들은 덧없이 욕망의 쳇바퀴 도는데 마음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가치(價値)들을 놓치고 만다. 불필요한 것들을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노년기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모름지기 욕망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는, 우리 삶을 부추기고 소용돌이 치게 만든다. 

인생길에는 따사로운 햇빛만 비추지 않는다. 비 내리고 바람 부는 경우가 더 많다. 이에 마음의 파고(波高)는 높아져 사는 것이 힘들고, 공허(空虛)함과 상실감(喪失感)이 커지기도 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마음의 평정(平靜)을 갈구(渴求)해야 한다. 

그러니까 사유의 힘으로 삶의 본질과 의미를 찾으며, 마음의 평정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진정한 자아(自我)를 위해 4월의 꽃길을 거닐며, 풀풀 나는 꽃향기에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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