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충청북도물리치료사협회 사업부회장

지난 주말 우리가족은 점심을 위해 청주대 인근 돈까스 맛집을 찾았다. 아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최근 몇 년간 학교를 찾은 중에 오늘이 정말 대학교 같다. 좋아 보여.” 그러고 보니 지난 2년과 비교해 보면 주말임에도 학생들의 북적임은 분명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은 어느새 찾아온 봄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봄바람의 벚꽃잎이 머금은 따스한 봄빛 반짝이는 그 모습과 정반대의 풍경이 있다.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 주변에는 각목으로 둘러져 있고 모든 서랍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고 식탁은 경첩으로 의자는 끈으로 고정되어 있다. 범죄 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써내려질 것만 같은 이 묘사는 사실 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성인이 보호자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어느 가정집의 풍경이다.

특수학교 졸업 뒤 아들과 집에 갇혀 산지 6년, 보호자인 엄마는 이야기 한다. “엄마인 내가 죽고나면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시설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맡길 곳을 수소문 하지만 기존의 시설은 꽉 차 있다.”

21년부터는 정부가 추진한 탈시설화 정책을 내놓은 것을 언급하며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탈 시설 정책은 장애인이 시설 밖에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장애인이 점차 시설을 나와서 살게 하는 방향이다. 많은 선진국이 이를 채택했고 한국에도 인권위와 UN이 권고한 방향이다. 장애인 시설 전국 1500여개 2만 9천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거주자 3명 중 1명이 탈시설을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탈시설 라는 것이 꼭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탈시설은 현실성이 없고 사실상 사형 선고라고 말한다. ‘국내 시설에 머무는 장애인 중 80%가 발달 장애인이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어떻게 따로 나가서 아이들을 생활하게 하고 어떻게 아이를 본다는 말인가?’ 이러한 절규가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 된 경우가 있다.

지난달 2일 초등학교 입학식날 수원의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엄마가 8살 장애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 되었고 같은날 경기도 시흥에서는 말기암 50대 엄마는 20대 발달장애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다 경찰에 자수하였다.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장애인의 탈 시설 정책도 장애의 특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계획하고 진행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성인 발달 장애인 수는 약 18만명. 이 가운데 시설에 살거나 직업이 있어서 일정 시간을 개인 생활을 영위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약 6만 여명을 가족들이 돌보고 있다. 피곤과 고통을 받는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공공 휴식 서비스는 이들 가족들 중에서 5명 중 1명 정도만이 제공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온종일 돌봐야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들은 가족이란 명목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또한, 정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탈시설화로 너무 고립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인가?

며칠 뒤 맞이하게 될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날, 발달장애인을 가진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교수님 제가 꿈이 뭔지 알아요? 불가능 하다는 걸 알지만 제가 우리 아이보다 하루 늦게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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