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창의성’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스티브 잡스. 얼마 전 애플은 전 세계 기업 최초로 시총 3조달러(약 3,580조)를 돌파해 화제가 되었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서는 규모다.

‘단순함과 명료함, 파괴와 혁신’의 대명사인 잡스가 오늘날 애플 신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스티브 잡스의 브레인파워의 원천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많이들 관심을 갖진 않는다.

단지, 격렬함과 방황을 동시에 가졌던 잡스의 20대 시절 만난 동양의 사상과 명상을 접했다는 사실과 애플의 혁신적 사고와 제품을 탄생시키는 데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이 기여를 했을 거라는 추측 정도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미국 서부에 자리한 실리콘밸리에서의 명상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인 것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미국의 혁신 기업가들이 10~20대 젊음을 보냈던 시절은 인도 요가, 일본의 젠 등 동양의 사상과 철학, 수행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잡스는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완성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사상에 매료되었고, 이후 창조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잡스는 삭발을 했다. 인도 여행 후 잡스는 명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고, 당시 그가 머물던 샌프란시스코는 일본의 젠(ZEN)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시기였다.

60~70년대 히피 운동이 만연했던 격랑의 시대, 많은 히피들이 일본 선불교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스피리츄얼 파워가 미국인들의 삶을 감싸 안았던 시대였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 생활을 하던 1975년 `선(禪)` 수행자인 고분 오토가와 선사와 만났고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

언제나 단순한 검정색 옷을 즐겨 입었고, 영적인 것을 갈망했으며 창조적 에너지로 넘쳤던 스티 잡스. 그가 만든 아이팟,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녹아있는 단순함과 직관적 디자인의 원천에는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1991년 3월 신랑 스티브와 신부 로렌 파월이 혼인서약 당시 주례가 바로 고분 선사였으며, 2002년 선사가 사망할 때까지 그를 영적 스승으로 모셨다는 사실은 동양의 명상이 잡스의 정신세계에 미친 크기를 보여준다.

혁신적이고 숨 가쁘게 빠른 디지털 시대와는 반대로 느리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영감과 통찰을 얻는 명상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창의성의 열쇠가 밖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반증한다.

바야흐로 명상이 심신안정 및 스트레스관리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정서지능 향상, 리더십 증진, 창의성 계발 등 인간 고유역량을 깨우는 새로운 인적자원 계발법으로 확산되는 시점이다.

필자가 교수로 있는 대학은 해외에서 ‘BTS university’ 브랜딩으로 알려지며 코로라 팬데믹 기간에도 해외 대학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는데, 국제협력을 체결한 인도힌두스탄공과대학의 경우 K명상 원격과목에 대해 이례적으로 학점인정까지 하고 있다.

인도 대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는 과목의 경우 개발 당시부터 서구 명상 산업에 대한 시장 조사와 다양한 동양 명상에 대한 조사결과를 반영했고, 그렇게 만든 제목이 바로 ‘뇌교육 명상: 스트레스관리 및 자기역량강화(Brain Education Meditation: Stress Management and Self-Empowerment)’이다.

인간 뇌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보이는 것을 향한 인류의 열망이 가속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만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양의 정신문화가 새겨진 명상에 대한 서구의 관심이 아니라, 명상의 이유이다. 결국 인간의 잠재성과 가치를 깨우는 열쇠는 외적 요소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향한 시간을 통한 내재된 가치의 발견이라는 사실이다.

“명상,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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